2005.11.3.나무날.맑음 / 저수지 청소

조회 수 1419 추천 수 0 2005.11.04 08:58:00

2005.11.3.나무날.맑음 / 저수지 청소

아침 열 바퀴의 뜀박질, 일도 아니지요, 이제.
한 바퀴씩 늘려보지 않겠냐고들 슬슬 몸을 비틀기까지 합니다.
참 좋은 가을 아침입니다,
쌀쌀함이 반가울 건 아니나 맑은 머리를 데려다 주니 기쁨이지요.

이곳 대해리는 산으로 둘러싸였지요,
너른 들을 지나 있는 산이 아니라 바로 코앞인 산.
고개 들면 옹달샘이 거기 있습니다.
문득 우물 안 개구리가 이렇게 하늘을 보지 않았을까,
바다를 보는 이가 바다를 닮듯 좁은 하늘을 닮아가는 건 아닌가 움찔했더라지요.
그러나 결국 '여는' 것도 '자기'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산골 다랑이 논을 보며도 너른 바다처럼 보기를 도울 겁니다.

성냥과 라이터가 어떻게, 무엇으로 불을 일으키는가,
다음시간에 만들 등불을 위한 도안,
'불이랑'에 아이들에게 던져준 과제지요,
성냥과 라이터를 앞에 놓고.
덕분에 곧 달골 아래다 집을 세울 계획이 있는 마을 어르신이랑
길 문제를 의논도 하러 다녀왔네요.
사람들은 이제 달골을 달골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이름이었을 골짝!

수영 다녀왔지요.
며칠 종종거리고 있는데, 점심때 설거지를 해야 하는 오늘도
나가기 전 처리해야 될 일이 남았더랬습니다.
아이들이 죄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서데요,
누군들 쉬고 싶지 않을까요.

아이들 수영강습을 힐끗힐끗보니 제법입니다.
고새 몇 차례나 왔다고, '꾸준히'가 갖는 의미가 새삼스럽습니다.
나현이랑 도형이는 벌써 배영을 들어갔고,
채은이와 하다는 자유형 양팔 돌리기를 하고 있네요.
채규 한 단계 도로 내려갔답니다.
그런데 유달리 머리를 높이 치켜드는 어설픈 녀석이 있습니다.
령이지요.
지들끼리도 그러데요,
뭔가를 첨 배울 때는 한 번 빠지면 차이가 크다고,
한 차례 빠졌던 령이의 속이 뒤집어졌겠지요.
"나중에는 거의 비슷해져."
저들끼리 위로도 합디다.
오는 길은, 드디어 저수지 둘레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다툼, 시기, 작은 마음, 고인 마음을 훌훌 다른 데 마음 나누면서 날려 보내길,
그래서 정녕 우리 아이들이
사람을, 세상을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른들은 나무를 계속 실어 나르며 겨울 날 준비에 여념이 없고,
마당에선 베어놓은 콩이 잘도 여물어가는 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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