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12.물날. 갬

조회 수 334 추천 수 0 2021.06.14 23:08:12


 

아침뜨락에는 자주달개비 꽃이 여럿 나왔고,

샤스타데이지가 한창 벙글고,

수레국화도 넘친다, 백리향 세도 좋고,

영산홍과 철쭉꽃은 기울고 있고,

대신 붓꽃들이 꽃망울을 맺었다.

세이지도 치고 올라오고, 민트와 라벤더도 잎이 차오른다.

 

볕이 좋았다. 공기도 말갰다.

햇발동과 사이집, 아래 학교로는 가마솥방 청소를 했다.

가을볕만 아까운 게 아니다.

빨래도 해서 햇볕에 널고.

 

맥문동 마지막 작업.

이러니 대단히 많은 양일 것 같지만,

패 낸 맥문동이 전체로 네 가마니가 왔고,

그걸 긴 뿌리들 잘라내고 지난해 잎들 쳐내 뿌리를 가르니 딱 두 가마니.

내내 그 일만 일삼지 않으니 며칠에 걸쳐 아침뜨락 일부에 심었고,

오늘 남아있던 5분의 2를 기숙사(햇발동 창고동) 뒤란 축대에 한 줄 심었다.

그러고도 좀 남았기, 다시 그 줄 위로 한 줄 더 심어나가다.

물을 주다가 아무래도 흙이 부족한 곳들이 자꾸 마음 쓰이기에

멈추고 흙을 퍼다 부어주기도 여러 차례.

 

작업 장갑 낀 김에 햇발동 벽을 따라 돌아가며 풀을 뽑다.

풀 깎는 기계를 쓰더라도 벽 쪽은 어차피 손으로 해야 할 터.

역시나 놀란 벌레들이 달겨들고

얼른 피해가며 손사래를 치며 움직여

오늘은 얼굴도 내놓은 손목이며 살도 무사하였네.

풀이라도 어떤 건 남긴다. 꽃마냥 보느라고.

예컨대 아직 그 잔상 남아있는 봄맞이꽃 같은 거.

남기면 꽃이고 뽑으면 풀인.

기숙사 앞 도랑을 치고 쌓아만 두었던 젖은 낙엽들이며도

오늘은 다 걷어내 언덕 아래 풀섶으로 보내다.

! 그러다 대추나무 가시에 찔려 놀라기도. 호되게 아파서.

대신 가시가 박히진 않아 또 고마운.

 

백화등도 손보다.

일전에 다시 모아서 잘 감아올렸는데,

마른 잎들이 흉해 다시 풀어 잎들을 떨구어 내고 마른 가지들 잘라내고

다시 기둥에 잘 말아 올려주다.

이런 일이 어렵지는 않은데

하던 일손을 멈추고 하거나 일삼아 하려면

은근 시간이 걸리는 것들.

눈에 걸리던 일이더니 오늘은 하였네.

 

저녁밥상은 감자를 굵고 납작하게 구워 소금을 치고,

가래떡도 잘라 구워 꿀이랑, 댤걀후라이도 놓고

간단하게 먹었으나 부족하지 않은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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