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21.달날. 맑음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1.07.12 02:35:09


 

말간 하늘, 바람도 좋다.

하지다.

스웨덴에 머물 적 하지축제는 굉장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공동체에 지낼 때도

요정으로 분한 아이들과 들에서 흥겹게 보내던 날이었다.

물꼬에서도 더러 하지제를 지냈다.

낮이 가장 긴 날, 볕을 이고 사는 생명들을 위한 잔치로 보냈던.

그게 시 잔치로 이어졌고, 다시 연어의 날로 닿았다.

그러니까 연어의 날은 물꼬에서의 하지제쯤이겠다.

 

하지에 벗이 왔다. 그래서 더 좋았다. 마음이 축제였다.

지난 주 내내 설레며 기다린 날이다.

반찬에서부터 고기며 당장 불에 올리기만 하면 될 음식도 챙겨왔다.

오이며 깻잎이며 야채들도 왔다.

뭘 이리 바리바리 싸왔다니!”

한동안 비울 거니까 냉장고를 털어왔지.”

점주샘은 올 때마다 유산균 씨앗을 잊지 않고 챙겨온다.

이번에도 요걸트와 우유를 가져왔다.

한동안 끼니마다 잘 먹겠다.

나는 환영선물로 엄지만한 볼똥을 다섯 알 남겨놨지.”

보리수 나무 잎새를 들췄더니 열 알이 넘었다.

제습이와 가습이를 데리고 학교를 도는 동안

점주샘은 뒤란에서 앵두를 땄다. 끝물이다.

손이 닿는 데까지 다 따 온 걸 저녁밥상에 후식으로 냈다.

 

달골이 바빴다. 학교아저씨도 일을 도우러 올라왔다.

기숙사 뒤란 축대 사이 풀을 뽑았다.

준한샘도 들어왔다. 이맘 때는 연어의 날을 같이 준비한다.

연어의 날 밑돌들이 다 모인.

이번 주는 연어의 날을 준비하는 날들이 될 것이다.

두엇 샘이 더 미리 들어온다 하였으나

외려 번거롭다고 당일에 일찍들 와서 같이 움직이자 하였더랬다.

 

야삼경 달빛을 이고 점주샘이랑 아침뜨락을 걸었다.

지난 주 거의 날마다 밤이면 걸었다,

무시로 드나들며 심은 것들을 헤집은 놓는

멧돼지와 고라니를 좀 피해볼까 하고.

밤 멧골을 같이 걷는 벗이 있어 더욱 좋았다.

자꾸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나는 하점주의 친구 옥영경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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