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5.불날.맑음 / 저들이 뭐하는지를 안다

조회 수 1268 추천 수 0 2005.11.17 09:47:00

2005.11.15.불날.맑음 / 저들이 뭐하는지를 안다

삼국시대 경제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더랍니다.
농토에 얽어매두고 착취하던 국가가
백성에게 세금이나 부역을 부과할 수 없으니 타격을 입겠지요.
"유리하는 백성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세금을 줄여요."
"먹을 걸(곡식) 줘요."
"(귀족층 부유층에) 빼앗은 농토를 돌려주게 해요."
안압 3호분을 보며
그 시대의 그림에 신분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도 살폈습니다.
한 시대를 또 우리들의 종이벽화에 담아내었지요.

면장님이 자갈을 두 차 보내주었습니다.
"지난번에 숨꼬방 앞이 질척하더라고..."
보낸다던 한 차가 더뎌지니 미안타며 더 보낸다시더니...
아이들이 곳곳에 작은 산을 이루었던 자갈을
삽자루 들고 깔았지요.
오후 내내 간장집에서 어깨 찜질을 하고 누웠는데,
아이들이 한 차례씩 와서 소식을 전합니다,
아침도 점심도 밥 때 샘 얼굴 못봤다며 걱정도 하고.
"쫘악 펴놨어요, 주차장이랑 자전거집 아래."
"멋져요."

여덟 살 류옥하다가 시카고 있는 아버지랑 통화를 하고 있었지요.
"역사!"
무슨 공부가 젤 재밌냐 물었던 모양입니다.
요새 뭐(어디)하냐도 물어왔겠지요.
"삼국시대 전쟁이야기 들어가려고 해요."
밤엔 물꼬 공동체에서 살았던 윤희이모야랑 통화를 하였지요.
류옥하다 키울 때 큰 힘이었던 한 사람입니다.
"윤희 이모 애기는 이제 몇 살이야?"
안부가 오고가더니 뭐 하며 지내냐 물어왔나 보지요.
"공부하고 지내고, 놀면서 지내고, 일하고 지내고 그러지요."
우리 아이들, 저들이 뭐하는지를 알고 있단 말이지요.

물꼬가 하는 통합과정 가운데는
장애아 비장애아 통합도 물론 들어있습니다.
사는 게 참 불편한 곳이니 중증장애아가 지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지간한 장애라면 입학에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뱃속에 든 아이를 우리가 골라서 세상에 내놓지 않듯이
이 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는 어떤 조건이든 상관없다마다요.
장애아를 당연히 퍼센트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것도 그 까닭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우리는 그동안 공동체 어른에 대해선 그런 생각이 소홀했지 않았던가 싶데요.
무릎에 있는 장애가 어깨에까지 번져 몇 날을 고생해오다
어제는 친할 것 없는 병원까지 가서 상황을 살펴야했고
밤새 앓다 수업시간이라고 나갔는데,
아이들이 돌아가며 안마를 했습니다.
것도 하니 늘겠지요.
영동역에 돈벌러 가도 되겠다고 우스갯소리까지 해댔더랍니다.
아픈 아이들을 살피며 함께 공부하듯
아픈 교사를 아이들이 살펴가며 공부할 수도 있겠구나,
마음이 어찌나 든든하던지요,
지난 가을학기도 오랫동안 그러했지만.
"간장집 올라와서 발마사지 하고 가라."
저녁,
날이 추워지니 몸을 좀 풀어줘야지 하는 맘도 맘이었지만
꼼짝도 못하겠는 사람을 일으켜놓는 아이들한테의 답례기도 했겠습니다.
"우리 지난 봄에도 그랬지?"
"응. 옥샘이 발 닦아주면 우리는 옆에서 양말도 같이 빨고..."
"그때라면 이 부엌에는 못들어왔을 텐데..."
"애들이 적으니 이런 건 좋네."
"우리 발이 대야에 안들어갈 정도로 커지면?""우리가 옥샘 발 닦아주지."
아궁이 앞에서 한참을 도란거리다 곶감집으로 오르는 녀석들을 배웅했습니다.
달빛 참 곱기도 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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