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7.물날. 비그은 오전

조회 수 355 추천 수 0 2021.08.03 23:18:43


 

달골 기숙사 앞 주차장 곁의 도랑은 지난해 93일의 수해를 떠올리게 하는 물살이었다.

간밤에 지치지 않고 내린 비는 아침절에야 수그러들었다.

다시 밤, 새벽 2시 천둥 번개치더니 곧 창대비 내렸다,

저녁에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가는.

이번 장맛비는 야행성이다. 밤마다 굵은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바람도 셌다.

이른 아침 교무실에 들어섰다.

이런 날이면 영락없이 인터넷이 먹통인 교무실인데.

! 오늘도 배신하지 않았네.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KT에 연락하니 다음 주 달날에나 올 수 있단다.

전화기를 써서 랩탑으로 인터넷을 주로 쓰기는 하나

용량이 아주 큰 파일을 쓰는 일 때문에,

또 사람들이 와서 와이파이를 쓰는 때를 위해 연결해둔 선.

그러니 한 해 그 댓 차례를 위해 교무실 인터넷을 쓰는.

그마저도 쓰자고 하면 안 되기 일쑤라.

이번에는 마을로 들어오는 선을 증설해달라든지 하는 다른 요청이 있어야 할 듯.

혜지샘이 보낸, 연어의 날 찍은 사진은 결국 열어보지 못하였네.

 

오늘내일은 이번에 내는 책의 교정지를 보는 데 쓸 것이다.

부엌으로 가서 밑반찬이며 국과 찌개를 넉넉히 끓여놓다.

항아리에 남았던 고추장도 마저 퍼내다.

마침 마늘을 막 수확한 때! 찧어 섞었다. 마늘고추장! 익도록 상온에 두다.

앞서 고추장도 그리 만들었더니 맛보는 이마다 흡족해했다.

달골에 올라 정오부터 자정도 훌쩍 넘어 꼬박 12시간을 넘게 교정지를 들여다보았다.

 

그 사이 짬짬이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교육청에다 학교에 딸린 토지 대부 관련 건으로 요청해 놓은 일이 하나 있는데,

아이구, 그게 벌써 두어 달 전인 걸 이제 와서야 우리더러 따로 신청서를 내라네. 거참...

뭐 우리가 을인 관계로다가... 늦어져서 좋을 게 없겠기에 낼 당장 가야겠네.

농관원(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도 다녀가다.

공익직불금 관련 경작지 실사인데,

우리의 아침뜨락은 학습지 정도로 분류되니

사이 사이 작물을 심는다 해도 농사지로 등록이 안 되는 상황.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좋은 거고.

이번 책에 현재 실린(사진은 분위기에 따라 편집부에서 교체할 수도 있으니) 사진에 나오는

한 아이네 연락. 초상권 땜에.

외려 반가워라 재밌으라 하셨네. 다른 사진들도 그리 해결되면 좋을.

내일도 또 한 가정에 말 넣기.

 

얼마 전 아침뜨락 옴자의 일부에서 키운 비트를 두엇 뽑아 샐러드로 밥상에 냈다.

맛이 충분히 들었더라.

오늘 몇 개 뽑아와 양파랑 장아찌를 담갔다.

무섭도록 짙은 선혈 같았다.

비트는 쓰임이 많지 않고 물이 드는 게 부담스러워

이웃에서 나눠주는 채소 가운데 비트만큼은 반기지 않는다던가.

어찌 먹으면 좋을지 궁리 좀 해야겠네.

 

02:38 문자가 들어오다.

0230분을 기해 충북 호우경보,

산사태·상습 침수 등 위험지역 대비, 외출자제 등 안전에 유의 바란다는.

퍼붓는 빗속에 어둠도 쓸릴 판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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