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13.불날. 맑음

조회 수 310 추천 수 0 2021.08.08 02:11:31


 

새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밥을 모시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자주 그러한데 정작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일보다

다른 준비에 더 시간을 쓰고는 한다.

중심을 잘 아는 이는 그런 경우가 덜할 테지.

정신을 차리면 또한 그 중심을 놓치지 않을 게고.

하지만 일이란 늘 실무와 잡무가 같이 있다.

잡무를 바탕으로 실무도 빛난다.

물꼬의 삶을 들여다보면

청소하고 풀매고 밥상을 차리는 일이 중하고,

어쩌면 그게 다다.

여기선 그런 일들이 잡무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침뜨락을 걸으며 아가미길만 풀을 좀 뽑고 나오다.

햇발동을 구석구석 걸레질도 하다.

묵어가는 이를 위한 정성스러움, 그가 알거나 모르거나 나는 알지,

지금은 지금의 귀한 일을 하는 걸로 충분하기.

꼭 해내야 할 일정이 있는 모임이 아니니

저녁 준비도 되는 대로 하면 되지.

그때는 그때의 귀한 일을 하는 걸로 또한 흡족하기.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육사의 청포도가운데)는 손은 아니나

내 바라던 손님이시라.

좋은 벗(이자 선생님인)을 아니(알고 있으니) 나도 좋은 벗이 되고자 한다지.

 

1시 역으로 오는 이를 맞아 오늘의 구성원들이 바깥 밥상에 앉았다.

밖에선 밖의 음식에 맞추기.

고기를 먹지 않지만 밥상의 모든 건 고기가 아니지.

2시에는 인근 도시의 구순 어르신을 같이들 뵈러 갔다.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분이셨다.

사람들 몇 온다고 강의처럼 복사물이며 책 선물이며 들고 오셨다.

,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 그것이야말로 내게는 무척 귀한 말씀이셨네.

저녁 6시 물꼬로 들어왔다.

물꼬 한 바퀴, 달골까지.

어둑해져서야 저녁밥상에 앉았다.

첫째마당으로는 밤이 내리는 가마솥방에서 물꼬의 여름 음식을 먹다.

둘째마당에는 23시 달골 햇발동 거실에 노래와 곡주와 바람과 별이 있었다.

다행히 어제 햇발동 여기저기 온통 번져 나오던 습의 상황이 좀 수습이 되어

온 사람들이 그럭저럭 크게 불편을 겪을 일은 없었다.

고맙기도 하지, 물꼬에 사는 일이, 늘 잘 맞춰지는 상황이.

 

8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이었다.

그때 우리 어딨었지?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는 않기로.

오늘의 어제의 결과.

우리는 어디로 갈까?

아주 모르지는 않는다. 오늘의 결과가 또한 내일일 것이므로.

결국 지금 어찌 사느냐가 문제지.

그건 또한 어찌 죽을 거냐의 문제이기도.

오늘은 그저 오늘의 삶을!

오늘도 잘 살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714 7월 23일 흙날 며칠째 찜통 옥영경 2005-07-31 1333
5713 2012. 2.18.흙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332
5712 139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10-08-20 1332
5711 2008. 3.29.흙날. 흐리다 저녁에 비 옥영경 2008-04-12 1332
5710 2013학년도 겨울, 157 계자(2014.1/5~10) 갈무리글 옥영경 2014-01-16 1331
5709 138 계자 여는 날, 2010. 7.25.해날. 먼 하늘 먹구름 옥영경 2010-08-02 1331
5708 2007. 4. 8.해날. 맑음 옥영경 2007-04-16 1331
5707 7월 30일, 첫 포도 옥영경 2004-08-05 1331
5706 2012. 5.19.흙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330
5705 2009. 4.22.물날. 가을하늘 같이 맑은 그러나 바람 거친 옥영경 2009-05-07 1330
5704 2008. 1. 31.-2. 2.나무-흙날 / 양양·평창행 옥영경 2008-02-24 1330
5703 2007. 9.16.해날. 비 옥영경 2007-10-01 1330
5702 7월 6일, 감자밭 옥영경 2004-07-15 1330
5701 2012. 4.13.쇠날. 빗방울 떨어지는 오후 옥영경 2012-04-17 1329
5700 2011. 7.21.나무날. 구름 조금 그러나 더운 옥영경 2011-08-01 1329
5699 136 계자 이튿날, 2010. 1.11.달날. 흐림 옥영경 2010-01-17 1329
5698 2월 20일 해날, 꼴새가 달라진 학교 운동장 옥영경 2005-02-26 1329
5697 2005.10.6.나무날.아이들 소리 같은 가을 하늘 옥영경 2005-10-08 1328
5696 2009. 2. 7.흙날. 흐림 옥영경 2009-02-13 1327
5695 115 계자 사흗날, 2007. 1. 2.불날. 반 흐림 옥영경 2007-01-05 13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