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20.불날. 맑음

조회 수 297 추천 수 0 2021.08.09 03:37:57


 

폭염경보가 며칠 째더라...

 

아침뜨락 옴자 눈썹모양의 튤립 군락지가

땅 모양대로 파헤쳐져서,

고르게 편편하게 다듬지는 않았다 뿐이지 그야말로 일궈놓은 밭 같았다.

저들은 자신들이 한 줄도 모르고

파헤쳐진 땅에 사람들이 감자 고구마라도 심은 줄 알고 또 판다지.

앞서 저들 헤쳐 놓은 걸 아직 고르지 못하고 있었더니

거기를 다시 파놓은.

 

회양목 안 장미군락(이라기에 아직 한참 키 낮은 장미들) 장미는

또 어느새 풀에 묻히고 있다.

불과 이달 초에 진주샘과 맸던 곳이라.

짧은 장마였지만, 장마를 지난 땅은 힘이 좋아져

풀들을 무성히 올려놓고 있다.

 

저녁답에 이웃 면소재지 치과에 다녀왔다.

서울에선가 치과를 하다 고향 가까이 정착한 듯한 나이든 의사였다.

지난주 2년 만에 갔다.

문제의 치아는 이미 십 수 년 전에 손을 댔고,

효용가치를 다하고 외려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 중.

두어 달 넘도록 붓고 아팠으나 미적거리다.

염증을 가라앉히고 뽑기로.

앞에 초등 남자 아이가 이를 뽑고 나갔다.

애들 이 뽑는 건 돈 안 받아. 평생 받아본 적이 없어.”

수납창구 직원이 새로 온 모양.

그래서 미처 그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던 듯.

의사가 나와 직접 그리 말했다.

!

요새는 아이를 잘 대접하고 있는 어른을 만나면 더욱 반갑다.

살기가 팍팍할수록 아이들이 밀리니까.

고마웠다.

그찮아도 가지던 신뢰였는데,

 

지난 10일이던가 보이스피싱에 걸릴 뻔한 일이 있었다.

그 얘기를 벗에게 했더니 그의 언니 역시 같은 일이 있었다고.

자식으로부터 폰 액정이 깨졌다는 연락이 와서

부부가 자식 흉보며 걔는 왜 그러느냐고 칠칠맞지 못하게,

거기까지 같은 이야기구조.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되어 걸리지 않은 것도 상황이 똑같고.

나중에 외려 자식으로부터 핀잔도 듣고.

자식이 걸리면 그런 거다. 그러니 그 자식을 걸고 그런 사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자식의 존재가 그렇다.

아홉을 줘도 나머지 하나를 마저 못 주어서 애가 타는 게 부모이니까.

그 자식이 곤란을 겪을까 지레 지닌 안타까움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는.

그렇게라도 삶을 영위해야 하는 인간사가 서글픈.

그러지 않고도 살아지는 구조가 되는 사람살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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