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21.물날. 맑음

조회 수 299 추천 수 0 2021.08.09 03:38:48



맑음이란 말은 뭔가 가을 내가 묻어나는 푸름을 연상시킨다.

청아한 하늘, 그런.

폭염의 햇볕이 찬 날을 맑음이라고 쓰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삐거덕거리는 낱말 같아서.

아침절에는 이쪽 그늘에서, 저녁답에는 저쪽 그늘에서 풀을 뽑는 날들이다.

해는 벌써 나와서 양산 대신 우산을 쓰고 걷는다.

이슬이 날아가지 않는 풀밭인데도 땀은 벌써 한낮인 양 흐른다.

 

! 어제는 보지 못했는데.

하지만 어쩌면 어제 이미 그런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며칠 불이 꺼진 달골에서 벌어졌음직한.

느티나무 삼거리 물 화분 둘에 있는 수련이 사라졌다.

볕이 뜨거워 물 온도가 높아 죽기라도 했는가 싶다가

들여다보니 줄기가 끊어진 흔적.

발자국도 어지럽다. 고라니다!

그제야 이해가 된다. 올해 달못의 연이 어째 부실하다 싶더니,

가끔 톡톡 목이 부러진 잎들이 널려있었는데,

고라니의 소행이었던 거다!

아니나 다를까 달못에서 뻗어 나온 대나무수로들이 다 뒤집혀 있었다.

대나무들을 받치고 있는 수로의 작은 댐도 파헤쳐지고.

그랬구나, 어느 한낮엔 울음소리를 듣고 쫓아 올라 어미 고라니를 보았더랬다.

그렇게들 다녀가고 있었구나.

 

햇발동 거실 소파가 낡았다.

아래가 내려앉았다.

당시 가장 좋았다는 소파가 어느 가정에서 왔더랬다.

올 때 이미 몇 해 썼다 했는데, 이곳에서 열일곱 해가 되었다.

마침 인근 도시에서 교장실 소파를 바꾼다지.

아직 멀쩡했다, 가정용만큼 편하지야 않지만.

하얀샘 트럭 편에 부탁했고 세트를 실어왔다.

1인용 2개는 수행방과 모둠방에.

 

칼국수를 밀었다.

이열치열이라.

부실하기 쉬운 여름날의 밥상. 불 쓰는 걸 꺼리니까,

외려 그리 땀 흘리고 준비하고 땀 흘리고 먹는 재미가 또 있는.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가며 식구들 모여서 후루룩 먹었다.

 

출판사에서 이번에 내는 책 <다시 학교를 읽다>의 저자 소개를 보내왔다.

이전 글과 또 다르니 거기 맞는 소개를 써 보인.

대체로 동의. 몇 글자 빼거나 덧붙이거나 하는 정도.

편집자가 본문에서도 건져온 말도 있었다.

성실한 편집자를 만난 저자의 즐거움이 크다.

 

중복이었다. 그악스러운 여름이라 하여도 날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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