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아침뜨락을 걷고, 간 걸음으로 풀을 매다.

여름은 갔으나 여름의 흐름을 따른다. 교육일정이 있는 때가 아니니.

들일을 하고 해건지기(수행)로 이어지는.

어제 오르지 못했더니 밥못에 물이 넘치고 있었다.

빼주고 뽕나무 아래서 돌아내려오는 물을 따라 도랑가 풀을 뽑다.

슬금슬금 손이 옴자의 맥문동 사이로도 갔다.

손이 닿는 만큼만 풀을 뽑아내기.

 

한 열흘 말미로 달골에 몇 곳 덧붙이 공사를 하기로.

그제는 민수샘이, 어제는 호수샘이 들어왔다.

오늘 사이집 베란다 쪽부터.

(며칠 전부터 잔디를 틈틈이 걷어내 북쪽 마당 빈자리로 붙였다.)

공간 하나를 늘리는 일은 집을 짓는 일에 다름 아니라 할 만.

바닥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주춧돌을 놓았다.

수평을 맞추자니 주춧돌 자리가 들쑥날쑥.

그래서 그 아래는 돌과 시멘트몰타르를 섞어 넣어 고르다.

공간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장선이 지나는 가운데도 초석을 놓다.

그곳은 땅을 다지고 벽돌을 쌓아 놓았다.

그런데 애초 생각한 공간에서 너비가 70mm가 줄게 되었다.

벽 쪽은 주춧돌의 중심부가 아니라 벽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는 걸 놓치다.

미리 치목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만약 그랬다면 일일이 바닥재를 다시 70mm씩 잘라야 했을 것이니.

 

민수샘과 둘이서 하자던 일인데,

재작년에 겨울 들머리 실제 둘이서 한 열흘 그리 일한 적도 있으니,

둘만 해서면 큰일이었겠다.

그 사이 우리도 나이를 또 먹었다.

종일 일하며 삼시세끼 챙기는 것만도 쉽지 않을.

아침은 저마다들 먹기로 하고, 낮밥과 저녁은 모여서 먹기로.

김치를 담갔다. 열무와 얼갈이배추로 열무김치를, 그리고 깍두기도.

이 가을의 마지막 열무김치가 되잖을까 싶다, 곧 배추김치를 먹을 테니.

다니면서 늘 사서 먹는데 해주는 밥상이라 좋다고 했다.

이 멧골 조촐한 밥상을 편해하니 다행이다.

어떤 이는 또 바깥 음식을 노래 부르는 이도 있던데.

바르셀로나 한 해 동안 가기 직전

석 달 동안 삼시세 때 밥해가며(거기다 오전 오후 참도 두 차례) 집짓는 일도 거들던 시간은,

돌아보니 젊었고, 무모했다.

같은 상황이 온다면 저녁밥쯤은 머잖은 곳의 식당을 권하는 게 더 좋을.

 

일은 시작되었다.

한가위가 껴있어 주문제작 해야 할 부분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유리를 끼우는 일은 한가위가 지나야 한다고.

남쪽으로 할 폴딩도어 역시 그러하다.

민수샘과 호수샘은 한가위 뒤 다른 현장이 기다리고 있는데,

게다 물꼬만 해도 9월 마지막 주 설악산 일정도 있는 걸,

서로 지나치게 무리하며 다음 일로 이어질지도 모를.

힘을 잘 분배하며 지혜롭기로.

 

저녁밥상을 물리고 잠깐 집짓기 모임.

창을 결정해야 하고, 바닥과 기둥, 그리고 보의 오일스텐 색도 정해야.

바닥은 진하게,

보와 기둥이 나무 재질이 다른데, 가능하면 통일된 색상이 되게 맞춰보기로.

창은?

절집에서 얻어둔 문살을 잘라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둘 만들기로.

출입문은 오래전 살던 집에서 현관 중문을 빼둔 걸(20년이 다 된) 쓰기로. 행거도어로.

위에 지붕이 있어서 그래도 될. 나무들 칠하면서 그 문짝도 칠하려.

장선은 방무목으로.

바닥재는 요철모양으로 깎아내 서로 맞춰 놓기로.

기둥과 서까래는, 학교의 농기구집에 있는 자재를 쓰기로.

사이집을 처음 구상할 때-그때는 삼선실이라는 이름이었네- 흙집을 지으리라 하고 마련해두었던 나무.

충분히 마르고 말랐으니 뒤틀림은 거의 없을.

나무를 마련했던 게 언제였던가, 무려 2012년이었다.

그 나무 셋을 재작년엔 사이집 안 누마루 기둥으로도 썼더랬네.

 

낼 아침 자재 1차 목록 뽑고 발주,

준한샘이 들어오며 자재를 실어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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