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잦아 산오름에 힘을 쓴 일정이 아니어

여독이랄 것도 별 없었다.

다섯 시간이 넘는 먼 길의 운전도 벗이 하여

편안하게 다녀온 연중기획 설악행 2회차였더랬다.

여드레를 보내고 그제 밤늦게 닿아 짐을 부리고,

어제 달골과 학교를 오가며 비웠던 살림을 살피고,

비로소 오늘 사람 맞을 준비를 하다.

낮밥을 내기로 했다.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부부의 방문.

물꼬가 나가는 바깥수업에서 만나 수년 전부터 연이 닿았지만

물꼬에 오는 길은 멀었다.

지난 몇 해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마무리를 한 뒤

밥 한 끼 하자던 일이 오늘에야 성사된.

아내에게 물꼬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적잖더니 이들 또한 서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아내분은, 물꼬가 나름 조그맣게 하고 있는 지구를 위한 행동들에 대해

자신 또한 그리하고 사는 일에 반가워했다.

그러고 싶은데 별나게 보일 것 같아..”

그런 가치관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아라 했다.

한국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 참 쉽지 않다.

막연히 물꼬를 알고 있다가 실제 어떤 흐름으로 어찌 움직이는지 확인하며

회복의 공간이 되는 것에 고맙다고 했다.

 

굳이 새로 누군가를 만나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만나는 이들만이라도 물꼬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먼 곳의 누구가 아니라 그가 이웃마을에 사는 이라면 더 좋겠다.

몰라도 또 상관없겠으나

결국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반가울 일.

누구라도 제 흐름으로 바쁜 세월, 차를 한 잔 놓고 쉬어갈 수 있는 오후였다.

하늘이 흐렸으나 아침뜨락을 걸을 땐 제법 환해진 하늘이어 고마웠다.

 

동안 비운 학교가 제법 일이 늘렸다.

한 달 가까이 했던 집 덧붙이 공사의 뒤끝도 적잖다.

이튿날은 자재들이 들어가 있는 달골 컨테이너 창고며

학교에 통나무 기둥을 들어내고 아직 정리가 되어 있지 않던 농기계 집이며를 돌보고,

달골과 학교의 먼지도 털었다.

끼니마다 밥만 해도 하루해가 짧을세.

무밭에서는 벌레를 잡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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