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붙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이즈음의 계절이면 자주 느낀다.

겨울이 들기 전, 벌써부터 겨울에 대한 두려움이 몸을 장악하고

움츠려든 몸은 머리도 작게 만든다.

어찌어찌 자신을 설득해 수행을 하고서 몸이 데워졌을 때(혹은 깨어났다고도 할)

비로소 떠나있던 정신이 내 것이 된다.

그렇다고 대단한 반전이 있는 건 아니다.

하느냐 마느냐, 그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시작점은 먼 곳으로 가서 큰 각도 차이를 만든다.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

한 것이 쌓여 큰 더미를 이루는 것.

결국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져올 결과를 긍정하며 하는 쪽이 된다.

그 결과가 역시 눈에 띄는 어떤 걸 가져오지 않을지라도

안 함이 가져올 무기력보다 낫다는 걸 알므로,

움직이면 뭐든 어디로든 가게 된다는 걸 알므로.

오늘도 영차! 그대도 영차!

 

아침뜨락에 들었다.

북쪽 가장자리를 살피기로 했다.

수로 너머 참나무 한 그루가 울타리 측백 두어 그루 위를 장악하고 있다.

잎이 무성한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고,

칡넝쿨이 그를 타고 측백을 위로부터 덮어오고 있었다.

참나무에 올라 가지를 몇 잘라내다.

이어 그 아래로 측백 열 그루쯤 아래쪽 가지를 친다.

아래부터 무성해져서 옆 측백과 이어져 울타리를 이루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러면 풀 관리가 안 될 거라.

바닥에서 1m 정도까지 잔가지를 쳐냈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치우는 건 날을 미룬다.

검을 때 편하도록 자른 가지들을 한 방향으로 모아두다.

일머리라는 게 이런 것일 테지.

다음 움직임을 생각하는.

내 노동이 나를 가르친 게 얼마나 많을 것인가!

 

학교에서도 연일 운동장 가장자리 마른 풀을 검어 내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18 2020. 5.15.쇠날. 흐리다 비 / 깜짝 출판기념 옥영경 2020-08-10 363
517 2023. 4. 8.흙날. 달 휘영청 옥영경 2023-05-07 362
516 2022.11. 2.물날. 맑음 옥영경 2022-11-28 362
515 2022. 8.25.나무날. 가끔 비 / 못 키운 건 부모 잘못이나 그 시절에 대한 해석은 자식 몫 옥영경 2022-09-07 362
514 2022. 6.15.물날. 비 옥영경 2022-07-09 362
513 2021.11. 4.나무날. 맑음/ 내 감정의 책임은? 옥영경 2021-12-19 362
512 2021. 8. 3.불날. 갬 옥영경 2021-08-12 362
511 2021. 6.17.나무날. 갬 옥영경 2021-07-10 362
510 4월 빈들 닫는날, 2021. 4.25.해날. 맑음 옥영경 2021-05-14 362
509 2021. 3.29.달날. 말음 옥영경 2021-05-05 362
508 2020.12.25.쇠날. 해 옥영경 2021-01-15 362
507 2022.10. 5.물날. 비 흩뿌린 오전, 갠 오후 옥영경 2022-10-19 361
506 2022. 8. 3.물날. 갬 옥영경 2022-08-08 361
505 2021.12. 4.흙날. 진눈깨비 살짝 옥영경 2021-12-31 361
504 10월 빈들 여는 날, 2021.10.22.쇠날. 맑음 옥영경 2021-12-10 361
503 2021. 9.25.흙날. 예보 없던 가랑비 옥영경 2021-11-24 361
502 2021. 9.19~20.해~달날. 맑음 옥영경 2021-11-18 361
501 2021. 8. 4.물날. 갬 옥영경 2021-08-12 361
500 2021. 3.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4-27 361
499 2020.12.19.흙날. 맑음 옥영경 2021-01-14 36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