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로 아침을 열고,

뜨개질을 틈틈이 했다. 겨울이니까. 겨울날 아랫목이나 난롯가가 부르는 풍경.

 

도서관에서 독서 관련 책들을 또 훑어보다.

고교생들이 낸 책도 있었다.

들여다보니 독서학원 같은 곳에서 낸.

이 시대 출간의 문턱이 이렇구나.

그런 틈에서 내가 책을 내고 있구나...

문턱이 낮아진 건 고맙지만, 그래서 책이 더 다채로울 수는 있겠으나

너무 가벼워만 져 나무를 베어내는 가치는 멀어진 게 아닐까.

나도 결국 그런 책 하나를 더하는 게 아닐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책읽기 책들 가운데 꽤 사람을 끌어들이는 작가 하나가 쓴 책을 읽다.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리고 책 깨나 읽는 이들과 한 인터뷰를 배경으로

그들이 읽은 책을 따라 가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하고,

동시에 작가 자신의 책읽기를 말하는 책이었다.

작가와 인터뷰이들이 서로 책으로 만나는 지점들이 있는.

입에 올린 책의 그 지점이 읽는 이에게로 확장될 테지.

읽고 싶은 책들이 생기는,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는.

그런 게 책 세상으로 가는 길일 테다.

그런 길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

아예 그런 길을 모르는 아이들도 적잖으니.

 

영화 <Don’t Look Up>.

혜성궤도를 보니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한다.

발견한 대학원생과 천문학과 교수가 그 사실을 알리려하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다,

정치가도 대중도.

가십과 sns에만 관심 있는 대중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여론은 둘로 갈려 싸운다. Look up이냐, Don,t look up이냐.

결국 혜성이 가까워졌다.

가족과 단절됐던 천문학자는 대학원생과 그의 연인과

자신의 가족들을 찾아가 같이 밥을 먹는다. 식사 기도도 잊지 않는다.

현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라고 하는데,

그런 영화를 좋아하건 아니건 등장한 배우들의 조합이 궁금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주제?

지구가 망해도 사랑은 아름답다거나,

지금 가족들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식사기도를 잊지 말라?

삶에서 가치로운 건 그런(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게 아닐까, 그리 읽었다.

교훈영화였네, 하하.

지금 가족을 만나 밥상을 차리고 둘러앉자. 사는 게 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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