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밤새 눈발이 날렸다. 아침에는 그쳤고, 햇볕이 쌓인 눈 위에 닿았다.

기온이 푹 내려간 새벽, 영하 10도를 가리켰다.

주말 있을 어른의 학교를 위해

학교아저씨는 읍내 보건소로 가서 PCR검사를 하고 들어오다.

나는 학교에 남아있는 자가진단키트를 쓰기로.

 

겨울90일수행을 끝나 회향을 했어도

일상이 계속되듯 수행도 계속.

아직 꿰맸던 복부가 당겨 움직임이 크지 못하지만

살살.

몸을 풀고, 책을 두어 쪽 읽고, 먹고, 아침뜨락을 걸었다.

뽕나무 아래서 아침뜨락을 지키는 누나난나가 또 쓰러져있었네.

땅이 녹아 박아둔 꼬챙이가 움직여 그럴 테지. 한 날 일삼기로.

두더지 구멍이 많았다. 어쩐다?

고라니는 달못의 연잎을 다 끊어먹고, 멧돼지는 밥못 아래 언덕이며 죄 파댔는데,

이제 두더지라...

교무실에서는 품앗이샘 하나가 요청한 서류를 준비 중이고,

집안에서는 욕실 바닥타일 한 곳에 줄눈이 패인 곳 줄눈이제를 넣어주고.

그리고 앓느라고 미루었던 여러 날의 기록을 정리하고.

 

한참 만에 연락이 온 품앗이샘의 글월을 읽는다.

길을 가다가 예쁜 누빔 치마를 보면, 편하고 따듯한 내복을 보면 옥샘 생각이 먼저 나요, 라던.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역할이 필요할 때마다 옥샘을 찾고,

가족이 필요할 때마다 물꼬를 찾았어서 물꼬와 옥샘에게 애착이 많이 있었어요...’

그만 그러했나, 나도 물꼬 아이들과 벗들과 동지와 동료들이 있어 살아왔나니.

벌써 대여섯 해가 지났지, 그가 계자에 온 게.

시절이 시절이기도 해서(청년들이 어려운 일을 하는 걸 기피한다?)

갈수록 노동강도를 줄여온 물꼬이다.

더 힘들었을 시절, 그를 비롯 서넛의 샘들로 할 수 있었던 계자였다,

다시 고마웠다. 욕들 보셨다.

늘 제때 답문자도 못하고 산다.

그가 이곳 처지(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들일도 많고)를 잘 아니 그렇기도 하겠고,

곁에 또 다른 좋은 어른들이 동행하고 있다 해서 걱정들을 놓기도 했다.

저들 자신이 어른이 되기도 했고.

아프지 말자.

사는 게 버거울 땐 여기서 먹고 뒹굴고 회복해서 가시라.

그대로 꾸려온 물꼬이기도 한.’

그러하다.

잘 살아주어 고맙다, 잘 살자, 잘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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