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기록을 당일에 했는데, 사라졌다.
4월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느라 늘 쓰는 랩탑 말고도 다른 컴퓨터도 썼는데,
메일과 PC와 랩탑을 오가며 파일을 덮어씌우는 과정에서 누락이 된 듯.
아고, 좀 아까워라 했다. 어쨌든 시간을 투여한 거니까.
더구나 쓴 뒤는 대체로 잊는 경향이 커서, 그찮아도 잘 잊지만,
달포도 지나 다시 쓰자니 참...)
오늘 주인공은 버들치다.
벌써 여러 차례 ‘물꼬에선 요새’에 등장했던 그들이다.
열흘 전쯤 밥못의 물이 찰랑거려 바닥 수로로 빼다가
그만 버들치 세 마리 딸려 나와 퍼덕거렸다.
수문을 잠근 뒤 도랑에서 보았으니 어쩌면 쓸려 내려가 버린 것들도 있었을.
다음에 이럴 일이 있을 땐 수문관에 망을 씌워야지 했다.
그러나 아직 망을 챙기지 못한 채,
지난 17일 또 물을 뺄 일이 있었다.
수문용 밸브를 열었다.
조금만 열었다, 지난번처럼 버들치들이 딸려올지 모르니까.
(그게 압이 더 셌을 터이니 더 잘 빨려나왔을 수도)
앗! 작은 한 마리가 흘러나와 펄쩍 뛰는 걸 보았는데, 분명 보았는데,
밸브를 얼른 잠그고 찾아도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역시 없었다.
끝내 찾지 못했다. 바닥 물에 어떻게든 붙어있다 눈에 띄는 때를 기다려보자 했지만,
살아있을 수 있을까...
물론 다음에 물을 뺄 일이 있을 땐 수문용 관에 망을 대리라 결심, 또 결심!
연일 마음이 쓰였다.
풀을 매다가 밥을 먹다가 먼 하늘을 보다가 모퉁이를 돌다가 책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그 사이 도랑의 물은 말라갔다. 버들치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들여다보았다.
손바닥만 한 곳에 물이 겨우 잠겼는데, 돌 하나가 누르고 있었다.
그곳이 도랑에 남은 마지막 물이었다.
혹시나! 아... 거기 어린 버들치가, 바로 그 버들치가...
살려주겠다고 찾았는데 그는 나를 믿지 못했다.
자꾸 손에서 빠져나갔다.
내가 섬기는 어떤 낱말도 그에게 닿지 못하고 있었다.
천년이 지나도 그가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날이 올 수는 없을 것 같다.
별 수 없이 오직 마음으로 마음으로 말한다.
겨우 잠잠해진 그를 밥못에 넣어주었다.
고맙다, 그의 삶을 지킬 수 있어.
아니, 그전에 그가 살아주어 고맙다.
그리고 그는, 살면서 내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이 되었다. 나는 그것들을 다 찾았다!
겨울들머리에 잡아둔 가족 상담을 끝냈다. 부디 도움 한줌이길.
부추김치를 담갔다.
빈들모임 일수행으로 달골 대문께 돌멩이들을 그러모아 버렸다.
대문께 울타리를 세운 뒤 남은 일이었다.
틈틈이 심었던 꽃모종들에 물을 주고.
밥상에는 두릅이 무침과 부침과 초절임으로 올랐다. 이 봄의 마지막 두릅찬이 될 듯.
그리고 광주에서는, 물꼬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으며 이제 품앗이이자 논두렁인,
그리고 별일이 없으면 학부모도 될 진주샘(과 규명샘)의 혼례가 있었다.
휘령샘 하다샘 희중샘이 사절로 갔고, 가람샘과 가온샘 형제가 축가를 불렀다.
물꼬랑 20년이 넘게 오가는 광주 성빈여사 인연들이 모이기도 했다.
희중샘이 '자유학교 물꼬' 이름으로 화환도 세워주었다.
늘 그리 몸과 마음을 쓰는 희중샘이라.
오늘은 책 원고의 남아있는 한 꼭지를 쓰려니 한 밤이지만,
일만 하고 그 고단이 눈꺼풀을 무겁게 누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