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약속을 위한 오직 한 걸음

보은의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제24129보은취회가 있었다.

1893311일부터 42일까지

동학도들이 보은 장내리에 모였던 보은취회의 뜻을 잇고자 하는 자리.

3만여 명의 넓고 다양한 계층이 모인,

우리나라 최초의 민중집회로 평가되었던 보은취회였다.

그것을 잇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결국 지금 우리 삶을, 나를 살펴보자는 거 아니겠는지.

정성스럽게 나를 가꾸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동학이 그렇지 않았던가.

문제의 해결을 각 개인의 내면으로 들어와 성찰하던 종교적 성격과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밖으로 외치던 정치적 성격이 함께 있었다.

그 조화에 힘이 있었던 게 아닐는지.


지난 61일 물날 시작해 내일 갈무리.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공원에서 들살이를 하고 있었고,

물꼬에서도 오후에 합류했다.

청수모심(절명상)에 대배 백배로 동행했고,

저녁밥상에 끓여간 시래기국을 내놓았다.

우리 멧골에서 키우고 거두고 데치고 삶고 말린 것이다.

그걸 불리고 끓이고 다시 불리고, 깨끗이 씻어 된장양념해서 두었다

갖은 재료들로 국국물을 내서 부어 한참을 끓이고 들깨가루 풀어 얹은.

멀리 원평취회에서 열무김치에 찰밥을 해왔다.


이어 천막 아래 찻자리를 폈다.

바구니바구니 찻잔이며들을 실어갔더랬네.

사람이 많지 않아 차를 놓고 빙 둘러앉아 이야기가 오고가기 좋은 거리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수놓은 다포를 놓을 수 있었다.

그 위에 감잎을 다식 접시로 썼다.

차에 대해서 이어 동학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각자가 선 자신의 삶을 나누었다.

절집에 들어가 사는 건 아니나 스님을 모시고 수행하는 이도 있었고,

거리에서 음악을 만드는 이가 있었고,

아비가 했던 동학역사 엮는 일을 이어가는 이가 있었고, ...

저마다 동학이 자신에게 무엇으로 닿아있는가를 말했다.


서울에서 구례에서 김제에서 인근 도시들에서 모였다.

어느 해보다 적은 규모였다.

외연을 넓히는 게 의미가 있을 때도 있지만

안으로 다지는 게 중요할 때도 있지.

시절이 또한 그러하다. 지금은 뭔가 안으로 응집할 시기.

소중한 과거의 가치들을 잘 챙겨 안고 있을 시기.

흐르는 대로 흘러가기.

그러다 멈추면 또 멈추고, 다시 뛰어야 할 때면 뛰고.

이렇게 눈을 보고 말이 닿고 그런 규모가 요새는 좋더라.

물꼬 연어의 날도 그런 의미로 서른 규모로 한다 하니

보은취회 중심에서 일하는 달한도 내년에는 그래볼까 하더라만.


새벽 두 시께들 자리를 접었다.

텐트에서 차에서 어디든 깃들어들 취회 마지막 밤을 지켰다.

밤새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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