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4.물날 / 오정택 선생님

조회 수 1319 추천 수 0 2005.12.17 17:23:00

2005.12.14.물날 / 오정택 선생님

"그 때 샀어야 되는데..."
물꼬가 서울 가회동 살 적 세를 들어 살던 집은
허름하기도 했고 좁기도 하였는데,
그 집을 사려고 보러 들어왔다 수박 한 조각 얻어먹고 돌아간 이가 있었더랍니다.
'이것들이 돈도 안될 텐데...'
애 두엇 앉혀놓고도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고
그러면서 받아간 물꼬 자료집을 열심히 읽은 걸 계기로
바로 논두렁이 된 그이는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도와주는 공간이 댓 개가 더 되지 싶습디다)
결국 그 집을 포기하고 건너편 어데를 샀다지요.
"내가 사면 당장 쫓겨날 것 같더라고..."
"수박 한 조각 잘못 얻어먹고?"
"캬아, 그러게."
여유가 있는 분이여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던 그니에게
그 자리는 분명 뜻을 접기에 여간 아쉬운 자리가 아니었을 겝니다.
제가 외국을 나가있던 몇 해도 달마다 어김없이 들어왔던 그의 후원
(그것도 자동이체가 아니라 달마다 입금을 하는),
그 때까지 대부분의 논두렁은 제가 아는 선배 학부모 강의수강자들이었으니
누굴까 무척 궁금도 했는데,
그 회사에서 전화를 받는 여직원은 함구하고 있었으니
알 길 없다가
두어 해 전 기어이 만나자고 서울에 올랐고
그 날에야 물꼬와 그 분이 맺은 연의 시작을 들을 수 있었지요.
"평당 0백이었는데 요새는 0천한다구. 내가 0억은 손해 봤어, 물꼬 땜에."
"그 때 사고, 물꼬를 도와줬음 됐지."
"그래, 그래. 내가 그때는 그 생각을 못한 거야."
"그래서 지지도 1점 추가, 그 단순함에!"
그 말은 진심이기도 하였습니다,
것도 그 분 식의 인간에 대한 배려였을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이걸 이리 하고 저걸 저리 하면 하는 계산이 서기 전
당장 거리로 나앉을 사람이 먼저 보인 거니...

얼마 전 대해리로 내려와 벽난로를 만들어 들일 달골 현장을 보고 가신,
그 분이 바로 물꼬의 큰 논두렁 오정택 선생님이시지요.
재작년 섣달 마주한 뒤로 서울 걸음 할 때마다 맛난 밥상을 받게 되는데,
어느덧 어른 없는 물꼬에서 푸념을 늘어놓거나 의논을 할 친구이자 어른이 되셨더이다.
그래요, 그 지지라는 게 아주 전면적일 필요도 없지요,
사람과 사람이 따뜻하게 만날 아주 작은 어떤 부분이기만 해도 됩니다.
무엇보다 많이 배우지요.
누군들 세월을 비껴가나요,
얘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나날이 한 어른한테 쌓였을 지혜가 고스란히 건너와
때로는 명쾌해지고 더러는 유쾌해도 져서
세상 살만하게 해주신다지요,
지독한 시간에 위로와 위안까지 실어.
한 마디 한 마디 고개 주억거리게 하는,
참으로 건강하신 분이더이다.
많이 고맙고 또 많이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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