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11.달날. 비

조회 수 343 추천 수 0 2022.07.30 00:49:01


아이들 놀리느라 사탕을 줄 듯 말 듯 약만 올리는 어른처럼

열흘도 넘게 비가 딱 그랬다.

어쩌다 소나기라고 와도 한 종지가 전부였다 말할 정도.

그러다 어제 늦은 오후, 그리고 밤에 두어 차례 야물게 내리던 비가

아침에 이어지더니 오전에도 긋지 않았네.

 

비가 막 그은 달골을 걷다.

기숙사 마당과 아침뜨락을 둘러보며 사진 몇을 찍었다.

여러 날 하늘만 꾸덕거리고 비가 없더니

간밤에 제법 좀 내려주었네.

수련과 동양백합이 반갑게 벙글거림.

오색에서 우리 캐왔던 에키네시아는 절정을 막 지나고(그게 새로 피고 지며 늦가을까지 꽃이 간다),

원추리는 그 절정으로 향하고:)’

연어의 날을 한주나 같이 준비하며 고생했던 점주샘한테 소식 전하다.

햇발동 앞 수련도 꽃 한 봉오리 영글었더라.

 

늦은 오후에야 바깥 움직임.

아침뜨락에 들어 맥문동 사이 풀을 뽑다.

아침뜨락의 최고 효자다.

실하게도 자라고, 옴자 끝을 확실하게 구역지어주고,

역시 분명하게 포기를 구성하므로 포기와 포기 사이 풀뽑기도 수월한.

앉아 할 것도 없이 키 큰 것들 중심으로 허리 굽혀 뽑다.

비온 뒤 수월한 일.

이게 오늘의 중심 일은 아니고,

 

하얀 자갈을 깔고 말아야지.

연어의 날을 앞두고 하려 마음먹었더랬으나 결국 여기까지 손이 닿지는 못했다.

실도랑 휘돌아가는 뽕나무 아래 섰는 난나와 티쭈를 데리고 나와 씻기다.

풀정리-부직포 깔고-자갈 깔고-난나 티쭈 세우고, 그런 과정을 거치려는데.

햇발동 뒤란에 있는 부직포를 가지러 갔다.

아차, 한참 전에 경사지 흘러내리는 흙을 덮었더라지.

학교에 내려가 창고에 말아놓은 거 꺼내 잘라오다.

물꼬에는 웬만하면 뭐가 있다. 화수분이 따로 없지.

어떻게든 필요하게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살림이 매우 넓다는 뜻이기도.

삼지창 괭이로 흙을 파고 뿌리와 풀들 정리,

가장자리는 살짝 둑처럼 흙을 높여주고.

부직포를 깐 뒤 고정시켜주고,

난나 티쭈가 올라설 국화벽돌 하나씩 넣어주고

나머지 공간에 하얀 자갈을 깔아주다.

난나 티쭈도 넘어지지 않게 뒤에 나뭇가지를 세워 고정시켜주고.

 

실도랑도 손대다.

멧돼지가 헤집은 실도랑은 정리하지 못하고 연어의 날을 맞았더랬다.

풀숲이어 사람들 눈에 그리 걸리지는 않았을.

실도랑의 풀을 뽑고 긁어 물길을 원활하도록 내주고

흩어진 돌들을 가지런히 물길 따라 둑처럼 쌓고.

아침뜨락을 나오다

지느러미길 끝 왼편, 바위축대 시작점에 있는 버드나무 하나 가지도 쳐주고.

 

이번 주는 크게 세 가지 일로 집중될 것이다.

밖으로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학교도 달골도 손으로 해야 할 풀매기,

교무실에서는 학교터 관련 메일 작업,

그리고 개인으로는 올해 내는 책 초고 수정 작업.

초고라고 하지만 초고조차 마무리가 된 게 아니었던.

아직 한 꼭지는 최근에 나온 책의 서평 하나를 더해야 하는.

대상이 청소년으로 다시 조정되면서 전체적으로 버릴 꼭지와 살릴 꼭지만 정해졌던.

주말에는 반제품의 나무그네가 들어올 것이고

날씨 괜찮다면 바로 조립해서 목재보호용도료를 발라줄.

 

학교터 관련 메일 작업을 이번 주를 넘지 않기로 한다.

교육청에서 새로 온 팀장이며 오늘 물꼬를 방문키로 했더랬는데,

지난 불날 얼굴 보지 못하고 공간만 둘러보고 갔다.

8월에 계자를 끝낸 뒤 교육청으로 방문키로.

결국 물꼬의 방향을 전하는 자리가 될.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 그 다음이고.

메일이 어려웠던 건 결국 어떻게 할지 그 뜻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 두 개의 메일을 보내다.

벌써 희뿌염하게 밝아오는 창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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