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대해리, 비 내리는 달골,
창 너머 사이집 서쪽 경사지를 내다보니
오, 고라니가 여기까지 내려왔다.
콩과 식물 잎을 좋아하는 그는
덩굴 잎을 따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는 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가 밝은 그의 귀를 넘지 못하였네.
어느새 움직임을 감지하고 얼른 달아나버렸더라.
비 내리는 밤이면 그들을 꼭 생각한다.
수련 잎을 죄 먹고 연잎을 톡톡 끊고 부들을 잘라놓은 고라니이나,
다듬어 놓은 실도랑을 파헤쳐 쌓아놓은 댐을 망가뜨리고
튤립 구근이며들을 죄 헤집은 멧돼지이나,
그들은 이 밤에 어디서 몸을 피하고 어디메서 뭘 먹나 궁금해지는.
적이었던 그들도 멧골에 같이 깃든 목숨이 되어 궁금해지고 걱정되는.
오늘은 고라니의 안부를 알아 고마웠네.
오전에는 공기질 측정을 위해 사람들이 다녀갔다.
교육청에서 해를 걸러 하는 일이다.
석면이래야 고추장집 보일러실 지붕과 그 앞의 작은 창고 지붕이 다이지만.
지난 한 주 내내 풀에 매달리고
그 여파는 비오는 멧골의 느린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잠이 잠을 먹고 잠을 키우고 잠을 낳고.
오는 주말이면 9월로 넘어가나 여름 일정 끝에 붙어
결국 올 여름 일정은 9월 4일 해날까지 이어지는 셈.
다시 풀을 매고 베고 밀어야 할 테지.
한주도 안 돼 풀이 그리 자라는 게 아니라
손이 못 갔던 곳들을 더 하는.
6월 연어의 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하는 풀 정리가 아니면
때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서서히 해나가는.
21:30 편집회의.
출판사와 올해 내는 책(서평록)의 일정을 의논하다.
원고는 그만만 수정키로 했다.
일전에 출판사측에서 이번 원고를 보고 서평록을 한 권 더 내자고 제안했고,
이번 책에서 텍스트를 외서 중심으로 하였으니 다음 책은 국내서들을 다루기로.
이번 책은 여는 글 닫는 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빼기로.
좀 간결한 느낌으로 가는.
출판사도 다른 책 일정들이 밀려 11월은 돼야 디자인을 하게 될 듯하고
12월초 발간을 계획한다고.
제목이 숙제로 남았다.
좀은 건조하고 좀은 명료한 그런.
말랑말랑한 그런 제목 말고 말이다.
<책은 도끼다> <밤은 책이다> <읽다>, 그런 제목들 류랄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