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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서관에서 9월 독서의 달 행사 하나로 작가초청강연이 있었다.

늘 먼 곳까지 가면서 정작 관내에서 할 기회는 드물어 아쉽더니.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책 제목 그대로 강연 제목으로.

자녀교육특강.

사는 동네 강연이라 신경 많이 썼겠다, 벗이 말했더랬다.

원래 가까운 데가 제일 늦고 가치 인정 박하다는데, 하고.

그랬던가 보다.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다 고속도로 차 사고에 당장 움직일 차량도 없어 부담이었던.

마침 주말이어 들어왔던 기락샘이 실어 나르다.

 

도서관에서는 <내 삶은->을 쌓아놓고 청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런 준비는 강연자를 흡족하게 한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해서 둥글게 앉자 했다.

어떤 마음, 어떤 생각들로 왔는가부터 들었다.

한 할머니는 손주를 키우며 당신이 아이 키울 때와 다른 세상 환경에서

어려움을 자주 만난다며 달려오신.

나 역시 할머니 손에 자란 시간이 있어 애틋하였다.

사범대생도 있었고,

직장인이면서 집을 떠난 지 얼마 안됐으나

여전히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온 이도,

아직 아이가 없지만 교육에 관심 있는 직장인,

아이 셋을 다 키워냈으나 여전히 자식 관계가 어렵다는 이도 있었고,

아주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근심하는 젊은 엄마도,

직장을 다니며 세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도 앉다.

교육을 생각한다지만 결국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내 생각의 바탕은 물꼬에 있으니

물꼬 소개가 강연의 주를 이루었다.

일과 예술과 명상을 통한 교육, 그 밑절미에 있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풀어내었다.

마지막은 책에서 몇 구절을 같이 읽었네.

 

p.110

이 지상에서 날마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에서 마법을 찾았다. 일상의 마법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것을 찾으러 굳이 멀리 갈 것까지 없다. 우리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면 그게 바로 마법!

 

애들에 자꾸 목매지 말고 우리가 먼저 우리 삶의 경이를 노래하자 했네.

우리가 잘 살아 그게 아이의 삶으로 이어지게 하자고.

내 애새끼를 잘 키워야겠지만 내 아이만 잘 키워서 될 일이 아니다.

좋은 세상을 위해 여기저기 힘을 보태자고도 하였네.

 

p.283

사는 일이 때로 허망하나 자기 앞의 생을 살아 대면하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혹은 어른들과 오늘도 밥을 먹고 책을 읽고 따스한 이야기를 나눈다. 교육도 결국 삶을 말하는 것이리.

 

훌륭한 강연을 만드는 것은 결국 청자라.

따뜻함과 열린 마음과 뜨거움이 함께했다. 고마웠다.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들을 나누었고, 그걸 그대로 옮겨 적어 달라 부탁했다.

강연을 기획한 이들도 만족함을 전해왔다.

우리 지역 안에서 물꼬를 아는(이름이야 안다지만) 이들이 드문데

물꼬를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모다 고마운 일이었다.

대단히 큰일을 치른 뒤의 개운함 같은 게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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