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침이었다.
며칠 전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운전하던 차가 꽤나 망가졌다. 다행히 몸은 그렇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고 오늘 아침 9시에야 공장에 접수가 되었다.
한가위연휴에 사고가 많았고, 그전 수해 입은 차량도 많아
공장에서 빌려줄 수 있는 차가 없다고 했고,
주말 대처 식구가 들어온 덕에 관내 작가초청강연을 무사히 다녀왔다.
오늘 오후에야 겨우 대차 하나 나왔다는 연락.
상태가 안 좋지만 아쉬운 대로 쓸 수는 있다는.
그런데 영동 읍내까지 가는 길은?
하루 세 차례 마을을 드나드는 버스로 갈 수야 있다.
저녁 버스를 타고 나가면 7시께야 읍내에 닿는데.
이웃 두어 분께 연락하다. 사실 연락할 모두가 그 두 분인지도 모르겠다.
한 분은 마침 영동에 나갈 일 있었는데 이미 다녀오는 길,
이웃 절집 스님이 태워주시다.
“하이고...”
낡고 작은 경차를 보시고는 기가 막혀 하셨다.
“당장은 이거 쓰고, 이번 주 안에는 다른 차로 바꿔줄 수 있겠다고...”
절집에서 나눠주는 과일과 떡을 들고 돌아오다.
밤, 벗의 연락이 닿았다.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 소식을 듣고서
세포들이 놀라지 않았겠냐고, 한 주 정도는 따뜻한 물에 몸을 좀 담그라는 조언.
우리도 욕조가 있었지. 햇발동 2층.
그걸 써본 게 10년도 더 되었겠는데.
좋은 생각이다.
달려가 그리했다.
아로마오일도 있기 몇 방울 떨어뜨려.
내 안전이 위협받고 보면 그제야 다른 이들의 안전에 각별해진다.
부디 안녕들 하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