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찾아든 이가 감기몸살기가 있다 하기

혹시나 하고 코로나19 진단키트로 검사, 양성 반응이었다.

햇발동에 격리하고 엊저녁부터 때마다 밥을 들여주고 있다.

오늘 오후에는 학교에 내려와 책방에서 활동.

밥도 그곳으로 들여주고 다른 사람들은 그 공간을 쓰지 않기로.

오늘은 좀 나아졌다며 이른 저녁밥상을 물린 뒤 길을 나서겠다는 걸

하루 더 쉬십사 하였네.

내일 이른 아침 떠나기로.

 

아침뜨락에 풀을 베다.

달못 아래쪽 철쭉더미 둘레와 꽃그늘길의 달못 방향 쪽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 쪽을 죄 치다.

벤 풀들을 치우지는 못하고 눕혀만 두었다.

낮밥상을 물리고 시작했는데도 벌써 해질녘이었다.

학교에서는 모래사장과 그네 둘레 풀매다.

 

요즘 물꼬의 큰 주제는 데크를 짜고 그 위에 돔을 얹는 것.

오늘은 선배 하나가 돔집을 만드는 곳에 같이 가보자 했으나

운전을 내가 할 상황이라 포기하다.

그곳으로 가까이 가는 어느 때, 그렇게 길을 좀 줄여 가면 모를까

세 시간이나 그것 보자고 운전하기는 어려운.

가뜩이나 지금은 지난번 고속도로 사고로

수리공장에서 내준 익숙치 않은 차를 끌고 다니고도 있는 터라.

 

학교에서 상담메일이며 책상에서 밀린 일들을 하다

너무 늦어진 데다 비까지 내려 그냥 교무실에서 자기로.

교원대 진주샘이 주고 간 너르고 두툼한 매트도 있고,

양양의 훈샘이 준 성능 좋고 편한 침낭을 사용해보자 하는 밤.

 

노동계급의 존엄성과 결혼에 대해 쓴 한 칼럼을 아들이 보내왔고,

식구들이 몇 마디 나누다.

혼인이 일정 나이가 되면 모두가 겪는 일이었던 과거와 달리

점점 중산층 이상 계급만 하는 계급성취물이 된단다.

혼인이 연령지표에서 계급지표로 바뀌어 간다고 할까.

혼인 조건의 변화에 더해 혼인 커플의 관계도 평등성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의 혼인안정성은 흔들림이 없다.

반면 노동계급에서는 크게 위협받는. 결혼의 중산층화?

여기까지는 서구사회의 특징이었다.

한국은? 서구에 견주어 계급화 현상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

계급에 관계없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거나.

그리고 저출산 무자녀 가족이 늘었다. 인구절벽 앞에 별 뾰족한 대안도 없다.

그런데 혼인에 대한 의도나 욕구는 노동계급에서도 큰 변화가 없단다.

그런 가운데 노동계급 남성이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발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의 부양이라는 연구가 있었다.

한국도 노동계급에서 그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그러니까 보다 전통적인 가정을 꾸리고 유지하고 싶은,

불이 밝혀진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밥상에 가족과 둘러앉고 싶은 소망은 노동계급에서 여전한데

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이라고 답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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