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1.불날. 맑음

조회 수 313 추천 수 0 2022.11.03 23:26:19


, ...”

이즈음이면 처음마냥 꼭 그리 놀라고 만다.

마을을 나가다가 보는 대해계곡 들머리 버스정류장 곁의 느티나무,

위에서부터 원을 그리며, 가장자리에서 안으로 타들어오는 단풍이라.

그럴 줄 알아도 새삼 화들짝 놀란 듯 숨이 멎는.

가을이다!

 

달이 기울기 시작하였는데도 보름달 같이 밝은.

추운 아침이었고, 더운 한낮이었다.

자동응답기에 오늘(그러니까 휴일이었던 어제) 방문코자 한다는 목소리.

그걸 오늘 들었다.

다행히 번호가 남겨져 있어 문자로 답하다.

미리 알려주십사, 그리고 여기 일정이 있으니 방문하는 날 또한 서로 조율하자고.

대개는 상황을 글로 써서 먼저 메일로 주십사 한다.

물꼬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의 근거로 삼으려는.

그래야 이 먼 곳까지 헛걸음 하지 않을 테니까.

 

기술교육 현장에서.

비닐하우스 조리개들을 정리하다.

늘 보고 다니는 비닐하우스이고 물꼬만 해도 세 동이나 있는데

그게 어찌 세워지고 무엇이 쓰이는지 통 몰랐던.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이 어찌 조립되는지,

세우려들면 무엇을 찾아야하는지를 보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 덕에 PVC 배관 사이즈들도 알았네. 뭐 그리 여러 종류도 아닌.

레듀샤식이 이 배관에도 있는 걸 또한 알았더라.

이 문장을 읽는 배관공이 있다면 퍽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청란이 들어와 삶은 달걀을 참으로 먹었고,

현장의 대표 댁에서 거의 비정상적인 단맛을 가진 진영단감을 나눠주셨더라.

(사수에서 최근 3년간 펴낸 책 세 권을 전하기도.)

 

그대에게.

그대를 생각는 밤, 문장 여럿을 옮겨두네.

아들에게 자주 말하는 한 문장(감정을 낭비하지 마시라)

스스로에게 전하는 문장(혼자 있는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라),

그리고 오늘 한 벗이 보내준 문장들.

제목은 멘탈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달았던데,

우리가 강건하자면 새길 말이라.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불평하지 않는다,

주변사람이나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계산된 리스크를 피하지 않는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시기하지 않는다,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구에게 주는 문장들은 그를 위한 말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옮겨놓고 곱씹어보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136 145 계자 닫는 날, 2011. 8. 5.쇠날. 흐림 옥영경 2011-08-17 1475
6135 9월 6일 불날 저 멀리 태풍 지나가느라 예도 비 들고 옥영경 2005-09-15 1475
6134 10월 24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475
6133 98 계자 닫는 날, 8월 21일 흙날 옥영경 2004-08-25 1475
6132 2011.10.28.쇠날. 맑다 흐려가는 저녁 옥영경 2011-11-11 1474
6131 9월 13일 불날 비 얼굴만 봬주고 옥영경 2005-09-24 1474
6130 6월 3일 쇠날 말짱한 하늘 옥영경 2005-06-04 1474
6129 계자 96 둘쨋날, 8월 3일 옥영경 2004-08-07 1474
6128 131 계자 이튿날, 2009. 7.27.달날. 쌀쌀한 아침 옥영경 2009-08-01 1473
6127 105 계자 닫는 날, 8월 6일 흙날 구름 옥영경 2005-08-14 1473
6126 12월 31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1-03 1473
6125 계자 96 첫날, 8월 2일 옥영경 2004-08-06 1473
6124 2011. 3.28.달날. 눈발 잠시 옥영경 2011-04-06 1472
6123 2005.12.17.흙날.맑다 눈 / 차, 뒤집히다 옥영경 2005-12-19 1472
6122 3월 26일 흙날 맑음, 빛그림놀이 펼쳐보이기 옥영경 2005-03-27 1472
6121 7월 19일, 칡방석길과... 옥영경 2004-07-28 1472
6120 4월 5일 불날 푸르고 맑은 옥영경 2005-04-07 1471
6119 120 계자 나흗날, 2007. 8. 8.물날. 소나기 오다가다 옥영경 2007-09-03 1470
6118 5월 2일 해날, 일탈 옥영경 2004-05-07 1470
6117 2012. 4. 3.불날. 눈, 바람, 비 옥영경 2012-04-07 146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