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0.나무날. 맑음

조회 수 334 추천 수 0 2022.11.11 13:10:59

 

위화의 소설 <인생>(원제 <활착>)은 장이모우의 영화 <인생>의 원작이었다.

위화는 서문에서

미국 민요 <톰 아저씨>를 언급했다.

평생 고통스럽게 살았고, 톰의 가족은 모두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원망 한 마디 없이 언제나처럼 우호적인 태도로 세상을 대했다고,

이 노래가 자신의 마음을 건드렸고,

이런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 먹었고 <인생>을 썼다 했다.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30년 전 그가 썼던 글이었다.

그 사이에도 사람은 나고, 고통스럽게도 살고, 그러나 낙관적인 태도가 있었다.

이 멧골에서 나는 

새 아침이 오면 눈을 뜨고 다시 일어나 수행을 하고 들에 나가고

삼시세 때 밥을 짓고 아이들 혹은 어른들을 만나고,

다시 밤이 오면 책상 앞에서 메일에 답하거나 전화상담을 하거나 자신의 작업을 하거나.

그리고 잠을 잔다.

하루하루 그냥 산다.

 

학교에 있던 제습이와 가습이,

가습이는 남고 제습이는 달골 아침뜨락으로 이주한 지 엿새.

아침에는 제습이를, 저녁답에는 가습이를 산책시키고 있다.

제습이도 편해졌는지 묶인 곳에서 똥을 누고,

며칠을 짖지 않던 가습이도 오늘은 우울을 좀 걷고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저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주말 빈들모임을 앞두고 맞이청소.

가마솥방 난로에 연탄을 넣었다.

책방에는 내일 땔 것이다

윤실샘네는 빈들모임에 맞추지는 못하고 29일 방문신청을 했고,

다음 주인 줄 알아 신청 놓친 수진샘네도 그 일정에 방문이 가능하자 물어왔는데...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오래 전 내 학생이었던 윤선샘이 마흔을 지나 혼례소식을 알려왔다.

소식이야 진즉에 들었으나 오늘 청첩장을 보내온.

제가 삶을 살아갈 때 좋은 방향으로 살게끔 해주신 선생님!’

이라는 편지를 동봉했다.

옥영경 선생님을 존경하는 제자 윤선드림

이라고 끝난 글월을 읽으며

나는 좋은 사람을 향해 좋은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그들의 힘에 대해

고마움과 함께 잘 살아 곧게 걸어가리라 또 결심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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