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0.해날. 맑음

조회 수 309 추천 수 0 2022.12.16 02:16:35


수행하고, 진돗개 제습이 산책을 시키고.

오전 11시에는 부엌으로 달려가야 했다.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이에게 낮밥을 먹이자면

그 시간에는 준비를 해야 헉헉거리지 않는다.

하하, 다행히 올해 내는 책의 원고 3교를 보내고

그래도 마지막 닫는 글이 마감 시간에 쫓겨 거칠었기

어제부터 생각을 좀 모았다가 써서 보내다.

11시에 딱 송고.

 

11학년 아이가 와서 머물다.

일곱 살부터 물꼬를 와서 열여덟 살이 되었다.

뭐 먹고 싶어?”

잔치국수 좋죠!”

밥상을 물리고 난롯가에서 지난 2년 여 시간을 나누고

같이 달골 올라 일하다.

지나간 시간들에 우리가 공유했던 이들의 안부를 주고받고.

묵정밭의 마른 풀들을 검어 몇 곳에 작은 불을 놓았다.

그 사이 아이는 뿌리 깊은 칡들을 여럿 캐내고.

그림에 대한 공통의 관심으로 물감이 화제가 되기도.

같이 좋아하는 색상에 대해 반기기도 하고, 

'후커스 그린'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공유하기도.

초록이 다른 색과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른(?) 것도 처음 알게 되었네.

아이는 나중에 이곳 벽면에 자신의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그대 때문에도 지켜나가야 할 물꼬가 되었네.

 

학교로 되돌아와 가습이 산책을 같이 시키고,

차를 달이고 난로에 올려두었던 군고구마를 먹다.

세 남매의 둘째로 이리저리 치였던 시간,

다행히 가족들 속에서 치유의 시간이 있었으니

그 시간들을 되내며 울음이 또 찼던 그라.

고맙다, 잘 견뎌줘서. 고맙다, 잘 자라줘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피아노도 잘 치던 아이였는데.

고맙다, 제 길을 찾아서.

 

청소년계자에서 보기로 한다.

여럿이 모여 더 깊이 올 학년을 되돌아보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194 2022 겨울 청계 닫는 날, 2022.12.25.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338
6193 2022 겨울 청계 여는 날, 2022.12.24.흙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87
6192 2022.12.23.쇠날. 눈 위로 또 눈 옥영경 2023-01-06 291
6191 2022.12.22.나무날. 눈 옥영경 2023-01-06 268
6190 2022.12.21.물날. 눈 옥영경 2023-01-06 274
6189 2022.12.20.불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80
6188 2022.12.19.달날. 맑음 / 산타가 어른들한테 선물을 주지 않는 까닭 옥영경 2023-01-06 286
6187 2022.12.18.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83
6186 2022.12.17.흙날. 펑펑 내리는 눈 옥영경 2023-01-06 288
6185 2022.12.16.쇠날. 꽁꽁 언 세상 / 손두부 옥영경 2023-01-06 293
6184 2022.12.15.나무날. 눈 옥영경 2023-01-06 277
6183 2022.12.14.물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71
6182 2022.12.13.불날. 간밤 눈 내리고 꽁꽁 언 종일 옥영경 2023-01-06 291
6181 2022.12.12.달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309
6180 2022.12.11.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78
6179 2022.12.10.흙날. 흐림 옥영경 2023-01-06 273
6178 2022.12. 9.쇠날. 맑음 / 화물연대 파업 16일째 옥영경 2023-01-04 290
6177 2022.12. 8.나무날. 볕도 좋고 푹한 옥영경 2022-12-29 312
6176 2022.12. 7.물날. 흐림 옥영경 2022-12-29 282
6175 2022.12. 6.불날. 눈발 옥영경 2022-12-29 28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