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90일수행 기간: 07시 아침수행, 정오수행, 자정수행.
주말에 청계를 끝내고 하루쯤 쉬엄쉬엄 갈 수 있는 날.
제습이랑 아침뜨락이며 달골 묵정밭이며 사이집이며 두루, 오래 쓰는 아침산책.
멧골의 겨울은 머리를 감는 것도 다 일이다.
빨래도 그렇다.
오늘은 그런 자잘한 것들을 챙기는 날.
아이들이 사다준 빵이며를 여러 차례 먹고 졸고 또 먹기도.
쥐고 있던 코바늘 뜨개질 하나 마무리.
창에 바로 걸면 좋으련 마땅하게 긴 봉이 없어 내일 마을의 대나무밭에 들어가기로.
무도 썰어 널다. 무말랭이 작업.
계자 준비위 회의가 있는 밤.
밤 9시 하다샘이 어제 보내준 계자 명단이며 서류들을 살피다.
1월 초에 의사 국가고시를 앞두고도 계자 교무 일을 챙겨준 그다.
밤 11시가 다 돼 휘령샘과 통화.
계자 명단 확인부터. 왔던 아이가 스물, 새로 오는 아이 열둘, 샘들 열하나(새끼일꾼 둘 포함).
여섯 살 1(온 아이의 씩씩한 동생이라 오라 하였다. 믿고 맡겨주신 마음에 감사. 그걸 또 해보겠다는 샘들도 감사),
일곱 살 1, 1년 1, 2년 5, 3년 4, 4년 12, 5년 3, 6년 5.
서울·경기·인천 26, 대전·세종·충북 6.
쉬고 놀고 몸을 쓰고 같이 살기, 불편한 삶이 갖는 생태적 의미, 현 삶과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
그런 계자의 의미를 되새기다.
이번 계자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다. 나날이 기쁘고 가득 찰 수 있기를.
171계자에 이르러 계자 대장이 옥영경에서 휘령샘으로 바뀐다.
전체 결정권을 휘령샘이 갖고 가는.
나는 밥하며 수행안내와 산오름 대장 노릇, 그리고 뒤에서 전체 일정을 받쳐주는.
샘들한테 공유할 물꼬 겨울 나는 법, 일 나눔들을 확인하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오릭스와 크레이크>를 읽는 중.
2008년 <인간 종말 리포트>로 나왔던 것을 2019년에 원제로 다시 나온.
그보다 20년 전 썼던 <시녀이야기>에 이은 그의 두 번째 디스토피아 소설.
기후위기가 최근 물꼬의 가장 큰 관심사.
하여 즐겨 읽는 분야도 아니면서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는 책들을 잡게 되는.
<나는 전설이다>(리치드 매드슨, 황금가지, 2005)에서
절멸한 인류 가운데 단 하나 남은 생존자 네빌이 싸움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면
<오릭스와 크레이크>의 눈사람은 오직 쓸쓸하다.
케빈 브록마이어의 <로라, 시티>(마음산책, 2008)의 주인공처럼.
디스토피아적이라는 것 때문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색깔이다.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을 빼고도
미친 아담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오릭스->가 620쪽, <홍수의 해> 750쪽, <미친 아담>이 783쪽,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이 겨울 멧골을 함께할 책.
갑작스러운 인류의 진화로 일어난 혼란과 충격을 그렸다는 <다윈의 라디오>(그레그 베어, 시공사, 2007)도
그 다음 읽을 책으로 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