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며 경옥고를 달이는 중.

그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어제 아침 8시부터 항아리를 넣은 가마솥에 불을 때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밤낮 1차로 고을 것이다.

 

아침 7시 찻바구니를 들고 보은 삼년산성에 갔다.

눈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쌓는데 3년이 걸렸다지.

5세기 후반 신라 자비왕 때.

5세기라면 나제 연합세력이 고구려의 남진을 막던 시기.

납작한 돌로 한 층은 눕혀, 한 층은 세워 쌓아 보다 견고했다.

동쪽과 서쪽은 안으로 다진 흙으로, 밖은 돌로,

남쪽과 북쪽은 모두 돌로 쌓였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했다 짐작할 만했다.

김유신의 5만 군대도 여기서 훈련을 받았다 하고,

무열왕 때는 나당 동맹 회의를 여기서 열었다고.

후삼국 이후에는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의미를 잃었을 것이니

성이 자연스럽게 버려졌던 듯.

높은 성벽을 만들었을 손들을 생각했다.

누구의 아비였고 남편이었을 그들.

그리고 누군가는 그들을 위해 밥을 지었을 테지.

자연도 자연이려니와 세상의 경이는 손발로 놀랍게 일군 결과물 앞에 더 크다.

성 위 옴팍하게 내려앉은 곳에서 찻자리를 폈더랬다.

다관까지 채긴 건 아니고 표일배로 대신한.

몸풀기처럼 차를 마시는 것도 뭔가 시작하겠는 마음을 만든다.

오늘도 하루를 잘 모셔보겠다.

신라시대 거점적 역할을 한 곳들에 산성과 고분군이 함께 있듯

산성에 오르는 산 들머리에 고분이 있었으나 오는 걸음이 바빴다.

 

밥상을 물리고, 아궁이에 불을 집어넣고,

아침 10시 한복공방 공유작업실에 갔다.

오늘도 공업용 미싱을 돌렸다. 속도 익히기.

주문한 옷감이 올 때까지 그럴 참이다.

내일이면 치마저고리 마름질을 할 수 있겠다.

먼저 옷을 짓기 시작했던 이가 어제도 오늘도 도시락을 싸와 나누어주었다.

군고구마를 가져가 답했다.

 

오후에는 물 좋은 곳에서 차(car)의 겨울 때를 밀었고,

죽염을 구울 철 드럼통을 준비했다.

드럼통 한켠을 잘라 아궁이를 내고,

용접하여 문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다. 나 말고 벗이.

드럼통 가운데는 가로로 철망을 두 겹 걸었다.

아래는 불을 지필 것이고, 위에 소금 넣은 대나무를 세울 것이다.

맞는 방식일까 갸우뚱거리면서도 해보기로 한다.

공을 들여놓고 실이 없으면 쓰릴 것이나

생의 모든 움직임은 우리에게 남는 게 있다 믿는다.

 

저녁답에는 얼음장 두 곳을 찾아갔다.

아직 꽁꽁 얼어있었다.

마지막 썰매려니 하고 탔다.

겨울계자 직전에는 계자를 위한 준비로,

계자에선 아이들과,

그리고 지금은 봄이 오기 전, 얼음이 녹기 전 달려보는.

날도 추운데 뭔 재미려나 싶지만

옷 잘 입고 막상 들어가 달려보면 잘 왔구나 싶다.

 

밤에는 토종꿀을 걸렀고,

밤새 경옥고를 달이는 아궁이를 지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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