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학교를 다녀와서
황 지 선(품앗이일꾼)
이번 방학은 참 바쁘다. 방학하자마자 이사를 하고, 한달 간의 실습과 월드컵, 그리고 생일. 집에 가서 쉬며 사람들 만나고, 바로 남해갯벌생태학교로의 일주일간의 자원봉사. 다시 학교로와 바쁘게 생활하다가 수련회도 다녀오고, 바로 또 물꼬의 품앗이 일꾼으로 일주일을 보내니 모레면 개학이다. 쉼 없이 달려오는 일상 속에서 많이 지쳤나 보다. 품앗이 일꾼으로 가긴 했지만 일주일간 쉬고 온 기분이다. 농약 없이 키운 농작물을 양껏 먹으며 몸을 살찌우고,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서 삶을 살찌우고, 온 몸에 자연을 담고,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있으며 행복했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할 때 어떡하면 잘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 흐르는 물에 그릇을 대고 있으면 끊임없이 맑은 물로 채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방학은 맑은 물이 있는 곳에 내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실습도 힘든 점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고, 남해갯벌생태학교에서 보조교사로서의 경험은 나의 열정을 불러일으켰으며, 수련회를 준비하며 삶의 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한 2주 동안은 내 안의 에너지를 정돈하며 길을 만드는 과정이었고, 물꼬에서의 일주일은 방학을 마무리하며 편안하게 모든 경험이 녹아가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물꼬에 있는 일주일 내내 쉼을 얻으면서도 마음 한켠은 불편했다. 5박 6일간동안 불편함이 때때로 마음속에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변화모습,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교사 하루재기 시간에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풀려지고, 돌아온 지금은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 이유는 첫 시작을 함께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신앙생활을 하는 지금, 주일 성수를 두고 고민을 하였고, 거기서 주일 성수를 지키기로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그에 따른 문제는 감수하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을 보내면서 마음의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내 것이 확실히 서 있지 않는 상태에서 비본질적인 것들로 인한 순간순간의 고민은 온전히 함께 하는 것에 주저하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지냄에 있어서도 먼저 생각하기를 내 앞에 있는 한 아이에게 집중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을 버리고,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다. 또, 내가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많이 하기 보다는 아이들끼리 마음껏 지내고, 나는 좀 떨어져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지금에서야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해갯벌학교 때는 열정적으로 모든 것에 임했었다. 매일매일 부족하며 부족한대로 어설픈대로 나의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고- 물론 때때로 농땡이 쳤지만-끝나고 말할 수 있었다. 그 과정들 속에서 에너지를 쓰는 만큼 많을 것을 생각하고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물꼬에서 나의 소극적인 태도는 나는 자연과 사람과 아이들 속에서 많은 것을 담았지만 아이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했다. 교사 하루재기와 갈무리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이전에 비해 이번 계자 때 참 많이 아쉬웠다는 말이 계속 나왔을 때 내가 생각을 잘못 했음을 느꼈다. 오는 기차에서 이런 시가 생각이 났다.
“당신의 희망을 내게 주소서”
당신의 희망을 잠시 내게 주소서
나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상실감과 절망감이 매일 나를 따르며
고통과 혼란이 내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미래를 보아도 새로운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와 고통의 나날과 더 많은 비극을 볼 뿐입니다.
당신의 희망을 잠시 내게 주소서
나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내 손을 잡아주고 나를 안아주소서.
내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소서.
회복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치유의 길은 멀고 외롭게 보입니다.
당신의 희망을 잠시 내게 주소서.
나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내 곁에 서서, 당신의 임재, 당신의 마음,
당신의 사랑을 알게 해주소서.
나의 고통을 알아주소서.
내 고통이 너무 크고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슬픔과 갈등에 휩싸여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을 잠시 내게 주소서.
내가 치유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새로움, 나의 희망, 나의 사랑을
다른이들과 나누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마음에,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하는 저의 변입니다. 오랜 세월 고민과 방황만 한 세월이었습니다. 옥쌤이 교사 하루재기 때 변화하는 한 지점이 있다고 말씀하셨죠. 저는 지금이 그 시작 선상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방황과 고민의 젊음의 한 점을 마치고, 작년 2학기부터 약 1년 여간의 시간에 저의 인생의 방향이 틀려지고, 바라보는 곳이 달라지고, 세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의 시계를 돌리기 시작한 때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나고 나니 그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방학을 보내며 지금은 그 방황하고 고민하고 몸부림쳤던 그 시간도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옥선생님, 신상범 선생님, 삼촌, 어머니들, 승현 쌤, 현우 쌤, 영주 쌤, 세이 쌤, 아리 쌤, 참 많이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의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고, 쉬게 해주셔서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그 속에서 참 많이 담아갑니다. 지금은 시의 처음처럼 절망의 시간은 아니지만 아직 저의 그릇에 물이 넘칠 만큼 차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담아간 많은 것들로 채우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 또한 조금씩 조금씩 흘러 보낼 때가 오겠지요.
하루재기 시간에 적었던 것들을 따로 메모해 두지 않아 아쉽습니다. 몇 가지 적어 놓은 것들로 그곳에서의 일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인간 일반에 대한 이해
도움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이번 계자에 함께 하면서 그것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지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인간 일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옥쌤을 말을 듣고, 참 가슴을 쳤습니다. 선생님이 되기 위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그 중심에 아이들이, 인간이 빠진 허공 속의 고민들을 많이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참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아이들 속에 들어가 그렇게 바라보지 못했었거든요. 대부분의 문제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 우리가 아이들을 못 견디는 것이 아닐까하는 옥선생님의 말에 참 많이 공감했습니다. 의사든 선생님이든 인간 일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저이가 참 따뜻하구나. 상냥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감성적으로 다가가야 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들이 이어졌을 때 내가 바라보고 가야할 선생님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이 우선이겠지요.
아이들의 모습들을 보며 특히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이 나도 건축가 시간에 아이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며, 스스로 열심히 그 과정에 참여하고, 진정으로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가장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 갖다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속에서 어떤 생각과 기질이 있는지 알고 그것을 발현시키는 방법으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구나 느꼈습니다. 한 달간의 실습 기간 동안 대부분 교과서의 지식을 어떻게든 내가 잘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내가 잘 하고 돋보이고 드러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기질과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산행 중에 비가 오기 시작했을 때 이 산행을 시작한 것에, 진행한 것에 마음의 어려움들이 생겼습니다. 너무 무모한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 아이들이 이런 어려움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오히려 나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저의 생각의 부족함만을 깨달았을 뿐이죠. 아이들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고,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안락하고 편한 환경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깊은 생명력과 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어른들의 생각에서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아이들을 우리가 제한하고 있는 것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가.
학교에 실습을 나갔을 때 초점은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캠프의 보조교사나 물꼬에 품앗이로 있으면서 교사 하루재기를 하면서 교육의 모습, 학교의 모습, 선생님들의 모습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많은 문제들이 있었던 아이들. 도움이 필요한 기현이, 조은이, 용빈이, 종수. 또 연호나 경태. 많은 아이들의 진정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곳이 학교의 또 하나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이 성공에 있지 않고 각자 열매 맺는 삶에 있다면, 학교의 모습이 참 많은 부분 시작부터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쳐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합니다! 돌아봅니다! 스스로 합니다!」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렇게 아이들에게 짜여졌고, 또 장애우에 대한 배려, 고학년들의 책임감 등을 몸소 보여주시는 모습들 속에서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은 작은 일을 온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한다지요. 저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작아 보이는 것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마음을 쏟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거할 곳은? 내가 이루어 나가야 할 나의 꿈은?
선생님들 하루재기 시간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상황 속에 있으면서 내가 거할 곳에서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에 대한 소망이 더 커져갑니다. 마음에 분란, 고민이 있는 곳에 내가 거하면서 힘들어 할게 아니라 내가 있을 곳에 있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잘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가까이 내가 어디서 선생님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인가? 내 삶을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꾸려 나갈 것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러나 지금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10년을 준비해서 자유학교 물꼬가 탄생했고, 또 10년을 준비해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또 10년을 준비해서 아이들의 나라를 만들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나의 꿈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내 삶을 10년씩 바라보고 이루어 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답을 찾아가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을에 추수 때 반짝 농작물이 자라 추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10년이 지나고 나는 무엇에 마음을 쏟고 키워나갈 것인가, 이룰 것인가.
공동체에 대한 소망이 더 커졌고, 또 대동놀이에 대한 소망 또한 커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정말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산행, 연극, 나들이, 캠프, 연극 등 막연한 생각이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고민을 좀더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가야할 바를 알지 못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빛만큼 앞을 비추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꼭 언젠가 남자 친구랑 함께 방문하고 싶습니다.^^
잘 지내시고요, 또 만날 날을 가슴에 품어 봅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