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막바지 설악산과 민주지산 거쳐 금오산에서 마무리 짓는 학년도.

한 학년도를 갈무리하는 의식이랄까.

 

해건지기를 끝내고 09시 학교를 나선다.

인근 도시의 큰 마트에 들러 구미로 향하다.

이왕 오르는 산오름에 현월봉 아래 바위에 깃든 절집에서 필요한 걸 물어두었던.

, 불자 아님. 그저 물꼬의 삶이 그들의 길과 닮았다고 할.

 

성안에 텐트를 치고,

절집에서 저녁공양을 하고 성안으로 내려왔다.

달빛이 훤했다.

구미의 산꾼 하나가 소식을 듣고 올라왔다.

귀한 손이 왔다고 회를 사들고 왔다. 산 위의 회라.

사실은 제가 회를 안 먹습니다.”

물을 끓여 익혀 먹었더라네.

 

이튿날 아침 현월봉 올라 해맞이를 하고 바윗돌들을 다 훑고 다녔다.

건너편으로 약사암이 보였다.

이제는 낯을 익힌 절집의 공양보살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양하고 가세요.”

말도 건너오는 거리였다.

 

성안 가서 점심 먹고 왔어요.”

구미 산꾼들이 더러 그리 말하더니

정말 산꾼 셋 올라와 같이 낮밥을 해먹었다.

산 중에서 먹는 감자튀김이라니.

고기야 구워먹는 걸 더러 봤지만.

 

산아래서 하산주들을 한 잔.

차 안에서 한숨 잔 뒤 밤에야 대해리 들다.

 

다시 새 학년도.

다시 새 날.

그러나 언제나 새 날

지나간 모든 날들 안녕.

다시 올 모든 날들 또한 안녕.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78 2021. 6.23.물날. 소나기 몇 차례 옥영경 2021-07-12 417
877 2021. 5.23.해날. 한 번씩 지나가는 먹구름 / 참외장아찌 옥영경 2021-06-22 417
876 2021. 4.29.나무날. 가벼운 소나기 두어 차례 옥영경 2021-05-27 417
8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416
874 여름 청계 닫는 날, 2023. 7.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8-05 416
873 2023. 3.23.나무날. 흐림 / 울산바위 옥영경 2023-04-12 416
872 2020.10. 7.물날. 맑음 옥영경 2020-11-18 416
871 2020. 9. 4.쇠날. 맑게 열었다가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20-09-21 416
870 2020. 8.23.해날. 아주 가끔 먹구름 머물다 옥영경 2020-09-16 416
869 2019.1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1-13 416
868 2023. 5.24.물날. 먹구름 사이 / 크레인에 달린 컨테이너 옥영경 2023-07-05 415
867 2022. 8.28.해날. 맑음 / ‘2022 멧골 책방·2’ 닫는 날 옥영경 2022-09-08 415
866 2022. 8.26.쇠날. 맑음 옥영경 2022-09-07 415
865 2021. 9. 3.쇠날. 가랑비 간간이 다녀가는 / 오늘은 그대의 소식이 힘이었다 옥영경 2021-10-21 415
864 2020.12.30.물날. 갬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 옥영경 2021-01-17 415
863 2020. 9.13.해날. 갬 옥영경 2020-10-10 415
862 2020. 8.2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9-06 415
861 ‘2020 연어의 날’ 여는 날, 2020. 6.27.흙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415
860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414
859 2023. 7. 9.해날. 흐림 / ‘노모의 말’을 이해한다 옥영경 2023-08-02 4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