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7.불날. 맑음

조회 수 318 추천 수 0 2023.03.29 08:39:19


장에서 면 행주들을 꺼냈다.

수를 놓기도 하고 손뜨개로 레이스를 달기도 했는데,

오늘은 그림 좋은 조각천이 좀 생겨

적당한 그림들을 오려 다리고 붙였다.

귀퉁이에 붙이거나

길게 한 쪽 면 구석에 붙이거나.

위쪽으로 고리를 만들어 걸어만 두어도 화사하겠고나.봄맞이였다.

봄이 왔다. 바람이 많다.

아침은 아직 갈까 말까 하는 걸음처럼 쌀쌀함을 벗지 못한 기온이지만

봄이 더는 물러나지 않을 것을 안다.

 

간밤 빨래방에 비닐을 씌우다.

겨울 계자 지나 찢어져버린 비닐이었더랬다.

일이 되려니 또 금세였다.

비닐을 사오고 사람이 모였을 때 작업을 하고, 그리 가늠을 해보고 있는데,

동학모임 사람 하나가 선뜻 나서주었다.

헤드랜턴에 기대 작업들을 했더랬다.

지붕이야 당연히 전체를 덮고,

드나드는 양편 문 쪽 역시 모두 비닐을 씌우고,

벽이 되는 양 옆은 파이프를 그대로 드러낸 채 두고.

내려떨어진 비닐을

아래로 땅을 파서 묻고 흙을 덮고 돌멩이로 눌러주다.

내년이면 새로 단장할 학교터지만

잠깐을 살아도 평생을 살듯이 지내기로 하였나니.

 

틈틈이 한복 한 벌 짓는 중.

여섯 폭을 이은 치마를 먼저 만들고 있다.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도록 길이를 깡똥하게.

주름을 잡아놓은 치마를 다리고 박다.

거기 만들어놓았던 말기를 잇고 공구르기.

한발 한발 찬찬히 걸어가는 걸음 같은 일들이 좋다.

시간을 들이는 일.

피 철철 흘리는 아이의 일이 아니면

어떤 것도 바쁠 게 없는 것만 같고는 하다.

느긋해졌거나 무뎌졌거나, , 생을 관조하게 되었거나.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런 일을 잡고 있기 쉽지 않을 터라

3월에 마무리 했으면 하는데.

 

봄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2024. 4.22.달날. 갬 옥영경 2024-05-28 31
6653 2024. 4.23.불날. 저녁비를 향해 가는 하늘 옥영경 2024-05-28 35
6652 4월 빈들 닫는 날, 2024. 4.28.해날. 해 맑은, 그리고 흐린 밤 옥영경 2024-05-28 35
6651 4월 빈들 이튿날, 2024. 4.27.흙날. 맑음 옥영경 2024-05-28 36
6650 2024. 4.25.나무날. 맑은 옥영경 2024-05-28 37
6649 2024. 4.21.해날. 삽살비 옥영경 2024-05-28 38
6648 4월 빈들 여는 날, 2024. 4.26.쇠날. 날 좋은 옥영경 2024-05-28 38
6647 2024. 4.24.물날. 비 옥영경 2024-05-28 43
6646 2024. 4.15.달날. 비 옥영경 2024-05-24 50
6645 2024. 4.16.불날. 갬 / 다큐 <바람의 세월> 옥영경 2024-05-24 51
6644 2024. 4.1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5-24 60
6643 4월 빈들(4.26~28) 갈무리글 옥영경 2024-05-28 60
6642 2024. 4.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5-24 61
6641 2024. 4.30.불날. 비 옥영경 2024-05-28 61
6640 2024. 4.20.흙날. 비 옥영경 2024-05-24 64
6639 2024. 4.29.달날. 비 옥영경 2024-05-28 66
6638 2024. 4.19.쇠날. 살짝 습기가 느껴지는 맑은 날 옥영경 2024-05-24 85
6637 2024. 5. 1.물날. 비 든 밤 옥영경 2024-05-28 90
6636 2022.12.22.나무날. 눈 옥영경 2023-01-06 298
6635 2021. 5.27.나무날. 비 많다더니 흐리기만 옥영경 2021-06-30 30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