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8.물날. 맑음

조회 수 330 추천 수 0 2023.03.29 08:40:20


감자를 심으려 두둑을 만들다.

봄이 왔고,

들살림 아니라도 부엌살림이며도 봄단장을 한다.

어제는 장의 하얀 행주들을 꺼내

무늬 천을 덧대 장식으로 기웠다.

오늘은 거즈 행주와 플레이팅 매트를 만들다.

부드럽고 성긴 외올 무명베를 거즈라 하나 가제라 하나.

마침 천이 좀 생겼는 거라.

잘 접어 이리저리 박으면 끝이다.

그릇 물기를 닦는 용도로 그만이겠다.

마직물이 또 생긴 김에 가장자리 올을 풀고 마감박음을 해서 매트를 만들고,

식탁 매트로 쓰든 찻자리에서 쓰든,

꽃무늬 면에 심을 넣어 식탁 매트도 두어 개 만들고.

 

패션이 멋있네요.”

가본 적 없는 한 마트를 들어섰다.

사람들은 그런 인사를 해준다. 굳이 안 해도 될 인사.

그렇게 서로를 잇는다.

말해서 기분이 좋거나 들어서 기분이 좋거나.

노리나 허츠가 고립의 시대에서 썼듯

외로움이 우리의 정치를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고,

컴퓨터 화면에 붙잡힌 우리는 사소한 상호작용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스마트 폰에 연결된 사람들의 소통 능력은 오히려 파국으로 향하는

이 커다란 문제에 그가 제안은 해법이 이런 것이었다.

마을 가게에서 만난 이웃과 잠시 근황을 나누고,

마을 바리스타에게서 커피를 받아들며 잘 지내냐 인사말을 교환하고,

우리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는 마을 세탁소 주인에게 미소 짓자고.

이 같이 우리가 같은 도로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서 우정을 나눌 때

벽은 허물어지고 이방인이 이웃이 되며 공동체가 설 수 있다는.

 

운전을 하다 신호등에 걸렸다.

바쁜 길이었다.

말 그대로 걸림돌이었다.

그럴 때 불편이 인다.

걸림돌이 그런 거잖나.

그런데 그걸 흐름이라고 친다면,

, 때로는 그걸 한숨 돌리는 거라고 친다면...

걸림돌이라는 것도 내 마음이겠고나.

 

어른 한 분이 무장아찌와 김치를 나눠주시다.

무 배추를 기르고, 거두고, 장아찌를 담고 김치를 담갔을 시간을 생각하다.

그걸 또 선뜻 툭 나눠주신 그 마음을.

만든 것도 일이었을 것이지만 뭔가를 나누고 싸고 보내는 것도 그 못잖은 일인 것을 안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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