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27.달날. 맑음

조회 수 327 추천 수 0 2023.04.18 11:36:01


순조롭지 않다. 한 번에 되는 일이 잘 없다.

멧골에서 바깥으로부터 뭔가를 들여오는 일 말이다.

일이란 게 쉽자면 또 정말 별일 아닌 걸을.

모래를 한 차 들이려 그제 면소재지에 전화 넣었다.

내일 다시 전화 달라고 했다. 아침에 전화하니 저녁에 들어오마 했다.

기다렸다. 그 시간으로부터 1시간이 지나서야 오기 힘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 그러니까 오늘 아침 오겠다고 했다.

오겠다던 7시가 지나고 8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도 아니 오는가,

그럴 때 전화가 들어왔다. 출발한다고.

아이구, 엄청 변했네요. 아주 좋네요.”

굴착기 일도 하는 그이라 달골에 걸음을 했기도.

가꾸어 왔던 시간이 그의 눈에도 보였던.

온실돔(명상돔) 곁에 모래가 부려졌다.

순조롭지 않았지만, 또한 순조로웠네.

 

오후에 명상돔 안으로 모래를 퍼서 날랐다.

삼태기가 열심히 오갔다.

웬만큼 쌓고, 펴고, 다시 쌓고.

그러는 사이 또 한 사람은 기숙사 마당 꽃밭을 돌보았다.

햇발동 창고동 앞 마른풀들을 자르거나 뽑거나.

사이집 꽃밭의 마른 민트도 잘라내다.

한 시절을 보낸 존재들을 정리하는 일에는 늘 경건함 같은 게 동반한다.

사람일인들 아니 그럴까.

산다고들 너나없이 애쓴다.

누군가 또 세상을 버렸다. 욕봤다, 그대여, 찬사 받아 마땅할지라.

 

저녁 현철샘이 들어왔다.

준한샘이 몇 해 해오던 달골 관리자 일을 요새 그가 이어가고 있다.

가마솥방 창 아래, 본관을 들어서자면 현관문 오른편에 있는,

키 낮은 단풍나무를 아침뜨락으로 옮기기로 했다.

내내 소망했으나 쉽지 않았다.

굴착기 들어올 때 하겠구나 주저앉았던 일이다.

그러다 사람이 할 수도 있겠다 했고, 해보자 했고, 하기로 한.

단풍나무를 감싸고 있던 돌 무데기를 치워내고,

둥글게 뻗친 단풍 잎(가지)을 묶고,

뿌리를 캐서 녹화매트라는 야자매트로 덮고 고무끈으로 엮고,

봉고차에 트렁크를 연 채 묶어 달골에 올리고,

아침뜨락 달못 위까지는 수레에 담아 끌고 밀고.

뜨락에 구덩을 파서 넣고 흙을 돋우고.

, 거기가 그대 자리였고나!

물을 흠뻑 주었다.

밤중에 한 일이라 바르게 앉았을지 걱정은 좀 되었다만,

그것도 그의 자세이거니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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