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도 꽃도 걸음을 서두르는데

사람 손은 저만치 뒤에 있다.

지나간 겨울 꽃밭의 낙엽들을 긁어내며 봄을 보낸다.

 

생강나무 피고 산수유 피고 매화 피고,

다음으로 진달래 피어나고 개나리 오고 목련 피고 벚꽃 터뜨릴 터인데,

달포 안에 차례로 필 꽃들이 한 주 안에 우르르 다 피어올랐다.

기후위기는 그렇게 또 우리 앞에 상황을 펼친다.

생태학적 문제는 거기 의존하며 사는 존재들의 어려움을 부른다.

꽃에 의존하는 곤충들이 어렵고,

그 곤충을 먹고 새는 새의 삶이 어렵고,

몇 년 전부터 꿀벌들의 삶이 표나게 그러했다.

꿀벌이나 새가 없으면 자연수분이 어렵고, 그러면 나무가 열매를 맺기 어렵고...

닥친 위기라지만

차례로 피어도 좋고 같이 다 피어도 좋은, 보는 눈 즐겁기는 매한가지.

(아직까지는) 잊지 않고 피어나서 고맙다!

그것은 있지 않고 피어나도록이나마 도와보겠다는 의지의 문장이기도 할 거라.

 

왜들 뭘 잘하려 하는 걸까요?”

청년이 물었다.

잘하는 게 좋으니까.”

왜 좋은 걸까요? 잘난 체 좀 하려는 거 아닐가요? 왜들 그렇게 잘난 체를 못해서 안달일까요?”

그런 욕망이 없지도 않겠지.

그것만이 다가 아닐 것.

무언가를 잘한다는 건 오래 익혔다는 말.

익어서 그걸 해도 편하다는 말.

그리하여 하는 나도 편코 보는 너도 편코.

결국 자연스럽다는 것.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소리를 하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다, 다 그런 일일 테다.

잘 해야겠다는(기능도 삶도) 생각이 간절해지는 밤. 

 

내일은 해남 달마고도 둘레길을 걷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87
6573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87
6572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78
6571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72
6570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60
6569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59
6568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56
6567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53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40
6565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232
6564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28
6563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227
656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224
6561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222
6560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21
655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21
6558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218
6557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14
6556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211
6555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2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