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텃밭에는 감자 싹이 부지런히 오르고,

교무실 앞 키 낮은 단풍도 일전의 가마솥방 창 아래서 아침뜨락으로 이사를 간 단풍처럼

옮기려 겉자리를 파두었더라.

 

저녁에는 마을 부녀회 작은모임이 있었다.

전 회원 모임까지는 못하고

시간 되는대로 모인 선배들과 새 식구들,

그렇게 일곱이 이웃 도시를 건너가다.

사람 많은 때라면 갈 길도 피할 것을

멧골 여인네들이 서로를 격려한다고 그리들 갔다.

절집 아래 공원도 거닐고,

연꽃 가득 차는 못에 위로 벚꽃 흘러내리는 곳도 갔다.

여러 해 갈등의 세월을 딛고

서로가 서로를 기대는 일의 고마움을 되짚으며

부녀회는 흐드러지는 벚꽃처럼 환하게 피는 중.

 

 

학교(제도학교)는 자주 기이하다.

새로운 학교를 꿈꾸던 시절, 그러니까 20대에 했던 고민도 거기 있었고,

그것이 물꼬라는 형태로 소실점처럼 모였을 것이다.

60을 바라보며 학교를 보자니 여전히 그곳은 기이하다.

근대적 의미에서 지식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

개인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우리 인생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혹은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교과를 가르치고,

그 똑같은 교육을 주어진 시간에 전한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였던가,

근대 이전 형벌은 신체체벌을 통해 이루어졌다 했다.

권력 작동, 공포 조장을 신체에 폭력을 가하며 했다는.

그러나 근대 이후 교묘한 지식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을 배제'하며 권력이 작동됐다고 보았다.

예컨대 <광기의 역사><임상의학의 탄생>에서 정상인으로부터 배제되는 광인과 병자를 다루고,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는 보다 직접적으로 배제되는 죄수라든지를 다룬다.

푸코는 사회-역사적 맥락에서의 이런 배제(다름)가 권력의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았던 것.

그리하여 권력은 어디에나 있다는 권력의 편재성이 나왔을.(그런데 저항 역시 어디에나 있다고!)

푸코는 그 근대성을 고민했던.

지식-권력의 그물망이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포획하는가,

그 권력의 그물이 어떤 것인가,

그 그물을 어떻게 찢을 수 있는가를 밝히고자 담론을 다루었다(고 알고 있다).

담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시대에서 그것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쫓고 있었다.

학교가 기이하다는 것도 결국 정상 혹은 주류에 던지는 질문이 되는.

그래서 안제도적인(제도적이지 않은) 내게 오늘 사회학자인 기락샘 왈,

옥샘은 푸코주의자시네!”

정상 혹은 주류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 나는 푸코주의자였고나. 아나키스트라는 정체성이 강한 줄만 알았더니.

결국 물꼬의 방향성도 그것에 있었던 게 아니겠는지.

주류 지식에 대해 저항하는!

그리하여 학교를 중심으로 생의 주기를 한 길로 만드는 세상에 대해 새 삶을 꿈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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