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8.흙날. 달 휘영청

조회 수 356 추천 수 0 2023.05.07 00:01:57


날이 찼다.

 

늦은 오후 이웃 도시에 넘어갔다 오다.

30cm 고리 쇠말뚝을 열 개 샀다.

면소재지에 그것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두 배나 하는 값도 값이고

마침 제습이 목줄에 이을 적절한 캐러비너도 필요했던 터라 큰 철물점을 찾았던.

 

아침뜨락의 옴자를 따라 얼마저전 박은 말뚝에 줄을 연결하기로 한 저녁이었다.

왜 훤한 대낮에 아니 하고?

세 사람이 모이자니 가능한 시간이 그러했다.

말뚝에 로프를 연결해나갔다.

이런! 복병이다. 불량 말뚝이 두 개나 있었던.

말뚝에 박힌 쇠말뚝이 구멍을 막은 것.

커다란 일자 드라이버를 가져다 어찌 어찌 밀어 넣다, 여유가 있는 말뚝이 아니었으니.

끝에 이른 로프는 고리 쇠말뚝에 끼워 땅에 박았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일이 9시로 향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달빛에들 움직이고 있었던.

내려간 기온으로 콧물들 훌쩍이며 걸어 나왔다.

 

 

, 한 청년의 우울을 들었다.

청년들의 정신 건강에 관심이 많고,

물꼬가 할 수 있는 것 하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귀여겨 듣기라도 하는 것.

오늘 청년은 선택에 대한 자신의 변화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기대되는 최선의 상황 가운데서 더 나은 것을 골랐는데,

지금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에서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걸 고른다고.

어째도 내일은 오고 모든 것은 지난다는 말에 더 위로 받았던 지난날이었는데,

이제는 아름다운 꽃도 결국 지고 만다는 걸 먼저 생각한다고.

견디는 것이 아름답고, 한편 슬프다고 했다.

견딤은 꾸준히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아감이기도 하지만

견디는 건 살아있는 활기가 아닌 뭔가 죽은 것 같은 에너지라고.

나는 다만 말했다, 살아있으라고, 살아있자고.

삶을 견디지 말고 삶을 '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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