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14.쇠날. 얼마쯤의 비

조회 수 395 추천 수 0 2023.05.13 23:58:08


밤에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이 들어왔다.

역시 집밥이 최고라.

다들 저녁을 알아서들 먹고 모이기로 했더랬으나

한밤 우리들은 저녁상에 둘러앉았다.

식구들이 모이면 잔치 같은. 아니, 잔치다!

아이가 자라 어느새 직장을 가고 나니 더욱.

물꼬에서 자라난 그 나이대들이 한창 밥벌이를 시작하는 즈음.

가끔 문자가 들어오고는 하였더라.

안녕들 하신가? 부디 덜 다치기를, 몸이든 영혼이든.

 

엄나무순을 꺾어 보내온 벗이 있었다.

개두릅을 크기대로 굴비처럼 엮어서 보냈다.

그리 먼 곳도 아닌데 봄에 일 많은 멧골이고 들골이고 보니

그 좋은 택배를 그리 또 써보는.

크기를 선별해놓으니 나물용, 부침개용 들로 나누기도 좋은 거라.

바로 데쳐 무치고 부침개도 해서

자정이 오는 밤에 밥상에 냈더라.


히말라야를 드나드는 스님 한 분 만나다.

차를 내주셨네.

코로나19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계셨다.

계신 곳도 수행처고 가실 곳도 수행처일.

능수도화와 보리수를 잘 키운, 이즈음엔 튤립 실한 꽃밭을 잘 가꾼 당신이라.

정갈한 자리가 자신의 가지런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일.

그리하야 나도 정갈해지려 하나,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봄은 바쁘고 그를 좇느라 이리 허둥대나니.

 

어른의 학교에 오는 일흔이 다 된 한 분이

남은 생에서 당신이 가질 태도에 대해 조언을 구하다.

... 메일을 열어놓고 고민 중.

그건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할.

우리 같이 고민하고 좋은 나이 먹기로 해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82
6573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78
6572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73
6571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60
6570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55
6569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52
6568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52
6567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50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38
6565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230
6564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26
6563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224
6562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221
6561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220
6560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19
6559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216
6558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16
6557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14
6556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209
6555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20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