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14.쇠날. 얼마쯤의 비

조회 수 388 추천 수 0 2023.05.13 23:58:08


밤에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이 들어왔다.

역시 집밥이 최고라.

다들 저녁을 알아서들 먹고 모이기로 했더랬으나

한밤 우리들은 저녁상에 둘러앉았다.

식구들이 모이면 잔치 같은. 아니, 잔치다!

아이가 자라 어느새 직장을 가고 나니 더욱.

물꼬에서 자라난 그 나이대들이 한창 밥벌이를 시작하는 즈음.

가끔 문자가 들어오고는 하였더라.

안녕들 하신가? 부디 덜 다치기를, 몸이든 영혼이든.

 

엄나무순을 꺾어 보내온 벗이 있었다.

개두릅을 크기대로 굴비처럼 엮어서 보냈다.

그리 먼 곳도 아닌데 봄에 일 많은 멧골이고 들골이고 보니

그 좋은 택배를 그리 또 써보는.

크기를 선별해놓으니 나물용, 부침개용 들로 나누기도 좋은 거라.

바로 데쳐 무치고 부침개도 해서

자정이 오는 밤에 밥상에 냈더라.


히말라야를 드나드는 스님 한 분 만나다.

차를 내주셨네.

코로나19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계셨다.

계신 곳도 수행처고 가실 곳도 수행처일.

능수도화와 보리수를 잘 키운, 이즈음엔 튤립 실한 꽃밭을 잘 가꾼 당신이라.

정갈한 자리가 자신의 가지런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일.

그리하야 나도 정갈해지려 하나,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봄은 바쁘고 그를 좇느라 이리 허둥대나니.

 

어른의 학교에 오는 일흔이 다 된 한 분이

남은 생에서 당신이 가질 태도에 대해 조언을 구하다.

... 메일을 열어놓고 고민 중.

그건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할.

우리 같이 고민하고 좋은 나이 먹기로 해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396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417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419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410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412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411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88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496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456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444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409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407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86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415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393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385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403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391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394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6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