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15.흙날. 지나는 비

조회 수 406 추천 수 0 2023.05.13 23:58:36


비 내리는 아침이었다.

우산을 쓰고 아침뜨락을 걸었다.

묘목이며 학교에서 옮긴 나무들을 둘러보다.

고마워라, 비님!

비라고만 부를 수 없는.

 

나물이 좋은 계절이라.

엄나무순(개두릅)이 한창이다.

대처식구들도 들어와 낮밥상이 실했다.

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쌈된장이며 장들부터 여럿 챙기고,

달래무침, 개두릅나물, 개두릅 부침개두부숙주볶음, ...

김치갈비찜에 갓김치 파김치를 내다.

저녁에는 바깥 식구 하나 들어오다.

개두릅 큰 것들로 튀김을 하였네.

먹는 일이 사는 일의 큰 자리.

오늘도 잘 먹었다.

 

지난겨울 벗이 찾아들었다가

물한계곡에 사는 한 댁에서 귀한 음식을 얻고 갔다.

물꼬 인연이라고 주인장이 그 값을 받지 아니하자

벗은 또 그를 위해 인사를 해왔는데,

그걸 전하지 못하고 겨울가고 봄 가고 있었다.

오늘 대처에서 들어와 있던 아들 있어 운전대를 맡기고

식구들이 같이 계곡으로 가다.

그 댁 강아지가 같이 맞았다.

우리 가습이 제습이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했다.

식구들이 모두 달골에서 그 둘과 뒹군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의 어린 날로 그 아이들이 애멕이는 시간도 너끈히 건너듯

어린 존재들 혹은 그들에 대한 기억은 시름을 걷는 것들이라.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었네.

잘들 계신가?

하하, 내게 아이들은, 마흔이고 쉰이 된 이들도 있는!

 

'어른의 학교'에 오는 어른 하나가 물어왔더랬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 어찌 해야겠냐고.

부드럽고 다사로운 태도는 어떨까,

체력이 인성이라는데, 몸을 잘 살피면 좋겠다,

사는 일이 결국 마음 넓히는 일이더라, 마음이 넉넉하면 어떨까,

아랫사람에겐 가르치려들지 않았음 좋겠네,

타인을 좀 돌보는 혹은 살피는 일은 어떨까,

우리 생을 잘 성찰해가며 내 삶을 가꾼다면 무에 더 다른 게 필요하려나,

그 즈음의 얘기를 해보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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