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부터 하는 빈들모임이니

학교와 달골을 청소하는 종일.

사람을 맞는 정성이라.

그러다 뜻밖의 손님이라도 찾아들면 걸음을 더 재야하는.

그럴 땐 먼지를 좀 외면하고 깨끗한 이부자리와 밥상 차릴 준비만으로 만족해하기도.

아침뜨-달골 명상정원서각 현판이 왔다.

지금 학교 대문에 걸린 자유학교물꼬현판도 당신이 하신 서각.

현판만 내려주고 가신다는 걸음을 붙잡다.

먼 길 달려오신 성철샘께 밥 한 끼를 못 차려드려서야!

 

저녁 6시 시작하는 일정이나 4시께 사람들이 들어서다.

덕분에 아래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물꼬 한 바퀴를 달골까지 올라 돌았네.

하여 낼 아침 해건지기에서는 별 안내 없이 그냥 걷기명상에 온전히 쓸 수 있을.

그냥 모여서 의미 없이 수다 떨고 먹으러 다니고

이러는 것에는 에너지가 딸리기도 하고 시간이 아까운 것 같아 삼가고 있습니다.’

4월 빈들 신청에 들어온 소개글 한 문장이 이러했다.

이어진 메일 하나에는 억지에 관한 말이 있었다.

때로는 이 억지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

자전거가 시속 200km를 달리는 최고급 차보다 인생을 더 행복하게 한다는 억지같은 거.

옥샘의 원시적임이 그 억지(?)하고 일맥상통함이 있어서 슬몃 동의하는 웃음 지었답니다.’

매우 기다린 분이 들어오신 빈들이었다.

사람여행을 좋아한다셨던.

 

멧골밥상다운 저녁밥이었고,

밥상을 물리고 밤마실을 나섰다.

산마을 고샅길을 어둠을 가르고 걸으며

마을을 읽고, 어둠을 읽고, 사람을 읽고, 삶을 읽고...

달골에 올라와서 햇발동 거실에서 실타래.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 밤이었다.

짝을 이룬 아들딸을 여의고 은퇴한 남편과 지방으로 내려와

새로운 것들을 기웃거리고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쓴 독서록을 엿들으며

우리가(젊은?) 살 내일을 배웠다.

먼저 산 사람들이 보여주는 건강한 삶은

우리에게 살아갈 좋은 길이 되어주나니.

 

물꼬 안에서 하는 일정들은 모인 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멀리서 마음을, 손발을 보태는.

계자만 해도 그 계자를 위해 모인 샘들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멀리서 가까이서 벗들이 이웃들이 논두렁들이 품앗이샘들이

살펴 보내준 먹을거리며 준비물들이 닿듯.

이번 빈들을 위해서 논두렁 한 분이 산에서 얻은 봄나물을 보내시다.

참두릅 개두릅(엄나무순) 달래를 택배로 보낸.

, 심지어 두릅들은 굴비 엮듯 정성스레 엮어 보내셨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헤쳐 먹는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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