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쨍해서 좋았고,

오늘은 또 하늘이 꾸물덕거려 좋은 날.

어제는 그래서 일하기도 좋았고 봄나물 뜯기도 좋았고,

오늘은 또 차분하게 아침을 열고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천천히 하는 해건지기.

어제 한 백배는 오늘 백배를 또 할 수 있게 한 밑절미라.

 

아침밥상을 물리고 차를 오래 달였다.

자연스레 실타래가 이어졌다.

내 마음에 무엇이 걸리는가 보는.

알아도 걸리는 것들.

그건 결국 내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이 되고,

가셔지지 않은 두통처럼 남아도 한결 가벼워지는.

맑은 물이 머리로 흘렀다.

 

갈무리 낮밥은 가볍게 빵을 구워.

이런! 사람을 보내고서야 알았더라.

아침뜨락 현판을 서각해오셨던 성철샘이

빵도마도 만들어다주셨는데,

그걸 오늘 낮밥에 쓰리라 생각했지만 못 챙겼네.

꼭 손님 가서야 밥상에 내놓지 못했던 김치며 반찬을 뒤늦게 발견하는 그런.

마을을 나가는 버스가 왔고,

봄반찬을 같이 싸서 보냈다.

 

햇발동에 들어 청소하고, 이부자리 털고, 수건이며들을 빨고,

그리고 휴지통을 비우고 욕실을 청소하고 나오다.

아름다운 삶들이 우리 곁을 지나쳤다...

 

 

-------------------------------------------


(맞춤법에서부터 당연히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김)

 

**:

 

놀러오지 말고 공부하러 오는 곳

한복공방에서 지나치듯 한 이 말이 귀에 쏙 박혔다.

어떻게, 언제 공부하러 가야 하나?

기회가 와서 일찍 신청해놓고 일정을 모두 조율해 놓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첫날 물꼬 학교 오는 길 자체도 좋았다.

옥선생님의 안내로 둘러보는 학교시설들.

사실 워낙 잘 갖춰진 시골학교들을 보아온 지라

자칫 낡고 허름해보이는 시설들.

그러나 그것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당당하게 설명하시는 옥선생님의 모습이 멋져보였고

우리네 교육이 주는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아야지 하는 스스로의 다짐도 해보았다.

 

(...) 나를 위해서 정성을 다해주심이 느껴져

나만을 위한 날같은 위로를 받고 푹 잠들 수 있었다.

 

결코 강도 높은 육체노동은 아니었지만

돌쌓기, 도라지 캐기 등이 그런 일을 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늘 동경했던 흙을 만지고 밟고 바람을 맞고,

속내 깊은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어 털어놓고

화려하지는 않으나 복잡하지 않고도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도 좋았다.

 

(...)

그저 23일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생각도(고민도) 그렇게 흐르듯 지나간 시간이었다.

 

특이하게 사는 옥샘의 당당함!

응원하며 감사한 마음 남깁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146
6533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42
6532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139
6531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39
6530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135
6529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135
6528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134
6527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132
6526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130
6525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123
6524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122
6523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120
6522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119
6521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114
6520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113
6519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112
6518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111
6517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109
6516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99
6515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