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28.쇠날. 맑음

조회 수 325 추천 수 0 2023.05.31 23:58:49


 

엊그제 밤 영하로 내려가 버린 밤,

들판은 냉해를 입었다.

한 댁의 포도나무순이 얼어 절단난 포도를 붙들고

댓마 박씨 아저씨는 밤새 술을 마시고 정오가 다 돼 일어나셨다 했다.

낼모레 어깨를 수술하러 들어가는 마을 들머리길 김씨 아저씨네

오늘도 일을 놓지 못했는데,

고추모종이 얼어버렸다.

아줌마가 나름 일 한 번 덜 하려 비닐하우스 구멍을 크게 뚫어 사달이 나버린.

오늘 그것들 빼내고 모종을 다시 꽂는 밭,

얼른 나가서 맨손으로 몇 개 꽂고 흙을 덮었다.

금세 일 끝난다 하기

작업복도 갈아입을 새 없이 장갑도 챙모자도 챙길 새 없이

맨손으로 고추모를 뽑고 꽂고 흙을 덮고.

할 일 없어. 창이나 하나 해.”

하라면 또 하지.

모종을 꽂으면서 소리도 한 자락.

 

아침 6시 넘어서부터 학교가 부산했다.

습이네들 짖는 소리가 마을을 채웠네.

조경업체에서 오고 굴착기와 스카이차가 오고.

교육청에서도 둘 오고.

경사지 죽은 나무 셋을 베 내기로 하다.

아침 9시에는, 전기선이 지나가니 한전에서도 사람 둘 들어오고.

전기선 걸린 곳들 가지를 좀 치기로 하였으니.

그건 오후에 한다 하고 가다.

09시가 좀 넘어 조경 사람들 가고,

교육청 사람들과 차 한 잔 달여 마시고,

고추밭에 나갔던 것.

 

일을 하러들 들어오고 가면 사는 사람이 할 일들이 있기 마련.

그 정도야 하겠거니 했지만,

이런! 울타리의 꺾인 나무들이며 어수선.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순 없었을까.

대개의 작업자들이 그러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현장일을 했다는 여자 분이 대표였는데,

너무 늠름하다 싶더니

마무리 그거 하나 아쉽고 또 아쉽더라.

 

저녁답에는 학교로 들어오는 길목,

학교 땅의 끄트머리의 커다란 측백 가지를 치다.

길로 뻗어오는 부분을 잘라낸.

드나들 때 길 안쪽으로 사람을 밀어내는 것 같았던 가지들.

톱질하고 가위질하고 끌어오다.

다음? 길을 쓸었지.

물꼬에서 입에 달고 사는 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달골에 목공 작업실을 구축하려 한다.

창고용 컨테이너를 하나 수배 중.

마을 이장님부터 가까운 인연들에 소문내다.

멀리서 선배가 하나 구해보겠다고도 하나

물류비를 생각할 때 이곳에서 구하는 게(당연히 더 생태적인 길이고) 더 좋을.

면소재지에서 누가 가져 가란다고도 하더니

그새 그의 친척이 가져가게 되었고,

중고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이 있더니 금세 매수예약이 떴다고도 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중고가 나와 새 제품의 딱 절반 값(운반비 별도)인데,

결정하기에는 이를세.

두루 찾아보는 중.

 

5월 일정을 확인해서 칠판에 기록하다.

달마다 셋째 주 넷째 주에 집중수행과 빈들모임이 늘처럼 있고,

어른의 학교에서 몇의 예술활동과

어버이날 행사며 두어 가지 마을 일과달골에 목공작업실을 만들려는 며칠의 공사와

바깥 강연 하나, 수업 하나,

상담이야 수시로 있을 것이다.

, ‘풀 매는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풀을 매거나 뽑거나 긁거나 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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