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달날. 맑음

조회 수 341 추천 수 0 2023.06.03 11:53:27


도둑비 다녀간 간밤이었다.

아침 해 밝았다. 바람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운동장 서쪽 울타리 쪽의 나뭇가지들을 정리하는 중.

지난 달 28일 교육청에서 한 공사 뒷정리이다.

죽은 큰 나무 셋을 베어 냈는데,

그 아래 있던 떨기나무들이 꺾이거나 밟힌 채 어수선했던.

정리까지 해야 그 일이 끝나는 것일 텐데

공사라도 하자면 꼭 뒷정리가 남는. 청소야 사는 이의 몫이라 하더라도.

예컨대 전기공사를 해도 구리선을 벗겨낸 플라스틱이라든가

실리콘 뚜껑이라든지가 던져져있는 건 예사.

담배꽁초도 태반.

물꼬에서 늘 하는 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게 이리 쉽잖은.

 

한편, 5월은 어른의 학교를 강릉에서 열다. 사흘째.

지난 41일은 해남 달마고도 둘레길에서 열었다.

이틀은 모여서 바느질, 오늘은 비로소 강릉 두어 곳 들여다 본.

선교장을 가다.

종교를 선교하는 곳이라고도 얼핏 생각하겠으나

한자를 좀 생각해보면 배를 만드는 곳이라고도 생각해볼.

경포호가 바로 앞에 있는 그 집은 배다리집이었던 거라.

조선 선비들이 꿈꾸는 하나가 금강산 유람.

아랫지방에서 금강산 가며 묵고,

멀리 영서에서 고개 너머 영동으로 오면 묵었던 집.

세종의 둘째 형 효령의 후손들이었다.

아직 그 자손들이 살고 있으면서도 객장으로 또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행랑채가 줄 이은 줄행랑채가 퍽 길더라.

줄행랑을 쳤다 할 때의 그 줄행랑.

집안의 물건들이 들어오거나 나가던 받재마당이 있는 한 채는

뒷방할머니가 기거하는 그야말로 뒷마당이었으나

그렇다고 밀쳐진 방이 아니라

그곳에서 손주들이 공부도 하고 놀았다지.

여전히 집안 어른 역할을 했던.

그 채에 이르는 길은 한쪽 벽으로 둔덕처럼 길이 있었네. 계단이 없는.

할머니의 아픈 다리를 생각했던.

함실에서 누가 불을 땠을까요?”

누가 물었다.

엄마요.”

초등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답했다.

, 엄마들이 그렇단 말이지. 온갖 집안일들을 다 하고 사는.

불은 하인들이 땠단다.”

선교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봄날을 걷기도.

오죽헌으로 오죽을 보러도 들어갔더라.

지난 11일 화마를 겪고 아직 그 잔해들이 시커먼 강릉은

재난 지역에 가서 민폐가 될까 걱정하는 관광객들에게

관광이 오히려 그곳을 돕는 것이라 알리고 있었다.

 

오월이다.

물꼬의 오월은 셋째, 넷째 주말에 집중수행과 빈들모임을 하고,

틈틈이 상담하고,

어른의 학교에서 바느질하고 소리하고,

달골 햇발동 지붕에 태양관집열판을 설치하고,

달골에 목공 작업실(현재 있는 농기계 창고용 컨테이너를 이어서)을 만들고,

연일 풀을 매고 뽑고 치고...

올해 내는 책 원고를 시작할 수는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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