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불날. 맑음

조회 수 394 추천 수 0 2023.06.03 11:54:06


마지막 옻순을 따왔다

(책 <식객>에서 허영만이 이것을 최고라 쳤었다 기억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진 곳이었다.

밥상이 푸진 봄날이다.

고추나무나물, 개두릅(엄나무순), 참두릅, 명아주, 개망초, , 옻순을 데쳐 무쳐내고

더덕은 생으로 잘라 초고추장과 올렸다.

고등어 굽고 달걀말이 하고.

개망초는 여느 나물보다 흙모래가 많다.

별스런 땅에서 꺾어온 것도 아닌데.

아마도 털 때문일 것이다.

열 차례도 더 씻어야 했다.

 

오전에는 현관문 하나에 방충망을 설치하다.

부품이 두 개가 남는데,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방충망을 쓰지 않을 때는 문턱을 올리도록 되어 있었다.

뭔가 더 꽉 끼워지도록 만들었을 텐데,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려와 버릴 거라.

아마도 거기 쓰일 부품 같은데.

안 해도 괜찮다고? 아니다. 그리 허술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쓰임이 있어 들어있을 것이니 찾아 쓰기로.

 

달골에 만들 목공 작업실을 구상 중이다.

학교에 있는 (숨꼬방 겸)목공실 공간과 합칠.

컨테이너를 두 개 놓고 그 사이에 지붕을 인다.

하나는 농기계 창고로, 다른 하나는 목공실로.

사이는 외부 바깥 목공작업실이 되고,

경사지에 만들 것이니 그 아래는 창고가 될.

생각은 그러한데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도.

 

바느질.

툇마루 커튼 하나 준비한다.

책꽂이의 한켠도 옷가지를 개켜 넣어두었는데,

커튼을 만들어 발을 단다. 말이 발이지 그저 앞을 가리고 늘어뜨린 천 조각.

선배가 직접 꿰매 만든 가방을 하나 선물했더랬다.

그날 마침 입고 있던 치마가 꽃무늬였더랬는데,

잘 어울린다고 꽃무늬 가방을 준.

거기 깔개를 하나 만들어 넣었다, 가방 안이 무겁더라도 처지지 않게.

이 봄에 지어 잘 입고 다닌 치마저고리를 빨아 다림질도 하다.

6월 중국 황궁다법 시연 때 입을 치파오 한 벌도 좀 고쳐 다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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