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물날. 맑음

조회 수 325 추천 수 0 2023.06.08 08:34:44


버섯이 풍성했던 4월이었다

냉장고에 남았던 것들을 썰어 말렸다.

이웃 밭에서도,

멀리 설악산 아래 양양에서 직접 키운 것을 보내오기도.

여기도 버섯 있는 줄 잘 모르셨을.

하기야 들에 복숭아 자두 많다고 그게 우리 것이던가.

우리도 우리 밭을 돌보지.

오늘은 옥수수와 호박 놓을 자리를 팼다.

 

인근 군으로 넘어가 공유 작업실을 하나 같이 쓰고 있다.

달에 한 번 건너가 이틀 내리 작업한다.

한복공방인데, 아직 드나드는 이 드물다.

하여 힘 실어주기 같은 거.

그런 곳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그렇게 거드는 게 세상에 기여하는 거라 여기는.

물꼬의 듬성한 살림에도 몇 곳에 후원회비를 보내는 그런 까닭.

그래도 이달부터 그 지역의 주민센터 사람들이 수강을 하러오게 되었다.

저녁에 그들을 위해 쿠키를 냈다.

 

바느질.

옷장 칸을 덮을 작은 커튼들을 대여섯 개 만들고,

판소리 공연복에 동정을 만들어달다.

사서 꿰매고 떼어내던 동정을 바로 빨 수 있도록 면으로 만들었다.

지난번 한복을 한 벌 지어 입을 때도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그리 했던.

해보니 그래도 되겠기에.

동정의 날선 서늘한 아름다움은 덜했으나 분명 손이 덜 갈, 비용도 덜 들일.

달다가 방향이 바뀌어 다시 뜯기도 하였더랬네.

주머니가 없어 불편했던 가방,

가방 속에 들어갈 대 중 소 파우치도 만들다.

겉면 둘을 붙이고 창구멍으로 뒤집은 뒤 세 등분한 걸 접어 박으면 그만인.

거기 똑딱이도 달아 여며주고.

베갯잇에 콘솔 지퍼를 다는 일은 너무 오랜만에 하는 일이어

두어 차례 뜯어내다.

역시 콘솔 지퍼는 재봉틀 바늘이 한 쪽만 있는 것이어야.

공방대표님이 다음에 구해주기로.

허드렛천 더미에서 덮개로 잘 쓰겠는 너른 천을 발견,

가장자리를 정리하고 다림질하여 챙겨오다.

 

6월에 있을 중국 황궁다법 시연을 앞두고 보니

챙길 것들을 하나씩.

살 수도 없거니와 다법을 익힐 때도 만들어 쓴다 들었다.

스승님 살아생전 대나무로 다수사(차칙) 만들어 드리기도.

다림팔사(차 숲의 여덟 벼슬아치?) 가운데

배사(집게)와 풍사(거품걷이)와 다합사(차시)를 대나무를 쪼개 만들다.

손에 걸림이 없도록 오래 사포질하였더라.

곁에 재주 있는 친구 있어 그가 도왔더랬네.

때때마다 그런 고마운 손길로 이어지는 사람 삶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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