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계자 열 이튿날, 2006.1.13.쇠날. 가랑비

조회 수 1228 추천 수 0 2006.01.15 22:37:00

108 계자 열 이튿날, 2006.1.13.쇠날. 가랑비

< 아이들한텐 신성이 있나 봐요 >

나무가 젖어 나무보일러를 데우는데 젊은 할아버지가 애를 먹고 계시지요.
날마다 따뜻한 방에 아이들과 뒹굴며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사람',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다양한 색깔의 빛띠(스펙트럼)가 존재하던가요.
가만가만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숱한 모양과 색이 일렁여
그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말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우주라는 말과 동일한 무게로 사람을 일컫는가 봅니다.

"옥샘, 보고 싶었어요."
살며시 안겨오며 그가 말합니다.
아침 해건지기랑 손풀기까지 다른 샘한테 맡기고
열린교실을 할 때야 들어갔거든요.
아침도 걸렀으니 10시에야 얼굴을 본 게지요.
그런데 그가 종훈이도 아니고 승현이도 아닌
글쎄, 승호였답니다.
도저히 살갑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녀석,
그런데 얼마나 여리고 다사로운 지요.
오늘은 또 다른 샘 한 사람을 부르며 교무실로 보내 달라 한 일이 있었더랍니다.
그럴 때 부르러 간 애도 샘도 함흥차사이기 흔하지요.
그래서 애가 전하지 않은 건지 샘이 바빠 못 오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합니다.
그런데, 곧 달려온 승호, 자기가 전했고, 샘이 곧 오마했다지요.
심부름의 전 과정을 제대로 완수해 낸 겁니다.
저녁엔 그런 일도 있었지요.
도훈이가 어깨를 쳐서 승호 제가 만든 소품이 좀 부서졌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뭘 기대할 게 있겠어) 세상이 다 그런 거야.
냉정한 세상에 뭔가를 내가 만든 게 잘못이예요.
내가 뭘 기대하겠어?"
밖에 나가 마저 다 부숴 버린 뒤 그러더라지요.
참으로 여러 모습이 우리들 안에 숨쉽니다.
누구를 어떻다 말할 게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은.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날개들을 달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 지요.

열린교실에 점자특강이 생겼더랍니다.
은하와 채리가 들어가서
놀이처럼 한 언어를 익힙니다.
다른 나라말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듯
점자나 손말을 통해 장애인과의 소통을 꿈꾸는 이곳입니다.
채리는 자기 이름에 은하 이름이며 여러 사람의 이름들을 찍었습니다.
"선생님, 봐요!"
"어, 은하 이름이네."
은하도 제 이름을 찍어와 자랑스레 내미네요.

매듭도 합니다.
큰 아이라 그런지 한 번 듣고 곧잘 하는 수진이는
식구들에게 선물할 거라며 열심히 만들었지요.
예진이도 부모님과 동생을 위해 만들었는데,
제우가 매듭을 잃어버려 속상해 하자 기꺼이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끈기있게 자리를 지키던 제우는 엄마한테 드릴 거랬는데...
동휘는 아빠 엄마에다 사촌형 생일선물까지 마련했지요.
기어이 세 개를 다 완성하였습니다.

한코두코는 어제 한 명이더니 오늘은 일곱이나 모였습니다.
"성격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애요."
도훈이는 코를 잡는 것만 했다 풀었다 계속하고,
성격만큼이나 넉넉하게 해서 코가 자꾸 빠지는 건창이,
해 본 티내면서 야물게 떠내는 예지,
끝나고도 한 줄만 해달라고 조르는 경표,
"이상해요, 좀 봐 줘요."
샘을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내미는 홍관이는
하도 꽉꽉 해서 바늘이 빠질 생각을 안합니다.
굳건하게 말없이 마지막까지 해내는 빈,
그리고 열심히 따라하는 지혜가 함께 했답니다.

'단추다루기-1'은 모두가 단추탑을 쌓았습니다.
케Ÿ暘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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