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가물었는데,
그래서 비님 반겼는데,
이리 여러 날 줄기차게 내리니
이제 또 비 많다 툴툴거리는 사람의 마음이라.
빨래방 비닐하우스 아래서 모종판에 해바라기씨를 놓았다.
사이집 북쪽으로는 밭과 마당을 가르는 돌담 하나 있다.
그 밭에서 나온 돌들로 쌓았다. 2017년 섣달이었다.
지난겨울에서 봄을 넘어올 적
돋운 땅이 해동기에 기울더니 담도 따라 흔들리고
어느 날 무너진 담 앞에 황망하였다.
거기 줄장미 넝쿨이 길게도 둘러쳤는데,
담은 무너져도 장미 붉고 붉나니.
무너진 담은 언제 다시 담이 되려나,
벌써 여름 오는데...
마을에 집 하나를 구하려고 애쓰는 봄이다.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학교가 주인을 바꾸고(계획),
지자체에서 학교터 겉모습을 바꾸려하는 때(역시 계획),
물꼬도 그 상황에 따라 움직임을 어찌할까 고민하는 중이라.
마을 안에 물꼬가 쓸 거점 하나 있으면 좋겠다며
이러저러 궁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아저씨의 사택으로도 쓸 수 있는.
땅을 구하고 거기 농막을 짓느냐,
있는 집을 빌리느냐,
혹 아주 작은 집이 있다면 사느냐,
그러다 한 집과 논의하는 중.
오늘 둘러보다.
오래 비워둔 집은 폐가에 다름 아니었다.
바구니에 설거지를 하고 엎어놓은 그릇도 그대로인 채,
빨랫줄에 빨래도 그대로 널린 채
사람 떠나고 없는 집.
아내도 남편도 세상을 버리고
서울 사는 자식들 앞으로 남겨진 집이었다.
그 곁에는 밭도 있어 물꼬가 빌려 쓸 수 있을.
어디로든 또 새로운 일 하나가 흘러가겠다.
내일은 어버이날, 부녀회에서 마을 잔치를 하기로 했다.
총무와 이장댁과 장을 보러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