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9.불날. 맑음

조회 수 305 추천 수 0 2023.06.13 11:10:27


07:30 땅을 파기 시작하다.

구두목골 작업실’(*) 작업 이틀째.

컨테이너 두 대를(농기구실, 목공 자재실) 사이를 벌여

지붕을 이고 목공 작업실을 만들려는 계획.

구두목골은 달골 위쪽 골짝의 옛 이름이다.

어제는

오전에 자재가 들어왔고, 오후에 경사지 위 울타리로 심은 철쭉을 패 내

사이집 서쪽 경사지로 돌아가며 옮겨 심었더랬다.

 

오늘은 기초 작업.

경사지를 이용해 기둥을 세울.

경사지 아래 주춧돌 여덟을 놓다(아직 대여섯 개 더 놓을).

바위가 있는 바람에 주춧돌 하나 덜 놓아도 되게 되었네.

주춧돌을 놓기 전에 밑에 몰탈로 채우고.

각관 수평잡고, 용접하고, 기본틀을 세우다.

경사지 기울기가 심해서 작업에 어려움이 컸더라.

 

어제 일하며 패 놓은 곳들의 잔돌을 줍다.

달골 땅은 파도 파도 줄기타고 나오는 고구마 감자처럼 돌들이 많이도 달려 나오는 땅.

작업지 둘레 허드렛땅도 두루 살피다.

이런! 새 벌통이 둘 놓였다.

다행히 아직 벌이 들진 않았다.

자리 잡으면 옮겨 달라 하기 어려울.

주인을 찾아 여러 곳에 전화를 넣고, 마침내 찾다.

오는 흙날 들어와 옮기겠다고.

마침 흙날에 올 굴착기 기사도 사전 방문.

작업 상황을 안내하다.

 

요새는 사람들에게 물꼬 오라고 잘 안한다.

놀러오고 싶다고들 하지. 예전에야 그러시지요.”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는다.

노는 건 어디 좋은 데 가서 하시라고,

물꼬는 수행하러 공부하러 일하러 오십사 한다.

여러 차례 불쑥, 그것도 사람들을 우르르 이끌고 다녀간 이가 있었다.

급기야 달골 대문 안으로도 사람 둘을 앞세우고 거리낌 없이 들어서서 온 데를 돌아다닌.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가까울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부녀회 신입회원으로 들어오셨네.

몇 차례 얼굴 보고, 같이 일하기도 했으나

옛적 이야기를 혹은 사적인 얘기들을 나눌 틈은 없었다.

어제 어버이날 행사 준비하러 오시면서 손수건을 선물하셨기

오늘 인사 넣었고, 잠시 차를 달여 같이 마셨다.

다시 만날 지점이 된.

고맙다. 그런 사람이려니 여긴 채 오래 외면하고 살았을 것을...

지금의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고,

어제의 그가 지금의 그가 아닐지라.

나는 또 삶의 모든 인연들에 대해 만들어진 생각을 흔드나니.

 

(*) 물꼬가 구두목골을 달골이라 부를 땐 옛 지명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더랬네.

작업실을 그리 칭하게 됨은

이 언저리의 옛 이름을 살리기 위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4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66
6553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64
6552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163
6551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62
6550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150
6549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149
6548 2011. 6. 1.물날. 비 / MBC 살맛나는세상 옥영경 2011-06-14 2146
6547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42
6546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37
6545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134
6544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130
6543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124
6542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122
6541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121
6540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117
6539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115
6538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101
6537 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옥영경 2008-03-08 2098
6536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098
6535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9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