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군데군데 구름이 무거웠다.

흐려가는 중, 점점 먹구름이 세력을 이루는 게 딱 그리 표현할.

 

엄청난 프로젝트라고 하자.

달골에 '구두목골 작업실'(목공 작업실)을 만들고 있고,

경사지에 두 대의 컨테이너를 놓기로.

하나는 농기구집으로 쓰이던 것을 바로 곁으로 옮긴.

나머지 하나가 오늘 들어오는.

마을에서 달골로 올리는. 거리야 1km에 불과했지만.

크레인이 마을에 들어오고,

옮기려는 컨테이너가 길 옆이었지만 그 댁 마당으로 겨우 들어가서 실어 올린.

문제는 달골 오르는 길가 이미 열매를 잔뜩 매단 감나무와 호두나무 들이라.

댁들에 엊그제부터 전화를 넣었던.

감나무 주인 한 분은 가을까지 기다렸다 해라 큰소리도 내셨지만

피해가 있다면 보상을 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또 다른 분들은 내 나무가 길을 점한 것이니 개의치 말고 가라고 하고.

컨테이너 기사가 이미 상촌면 골짝에서 농로에 넘친 유실수로 난감한 경험 많아

분쟁을 최소화 한다고 컨테이너를 감나무가 없는 쪽으로 쏠리게 싣기도.

나무가 상하는 일 없이 지나 달골 다리를 건넜다.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걸리는 나무는 천천히 지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왼쪽에 걸리는 큰 호두나무는 가지를 치고.

현철샘이 낫과 톱을 들고 동행하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냈을 일이었다.

, 그런데 매우 경사가 큰 지점에서 흙에 밀려 헛바퀴 도는 크레인.

더는 못하겠다 포기할 상황에 놓이는가 싶더니

어찌어찌 되더라.

한해 한해가 달라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1,2년만 지나도 (크레인이) 이제 못 올라와요.”

무성해진 나무들, 더 깊어질 나무들.


마지막 관문은 달골 대문이었다.

빠듯하게 크레인이 지나올 수 있는 넓이라.

살짝 대문 기둥을 건드리는.

물러난 크레인.

“기둥을 자를게요.

(잘린 기둥은 각관을 잘라 붙여 더 튼튼하게 되었다네.)

아쿠, 그게 또 끝이 아니었네.

창고동 지나 햇발동 앞 모퉁이에서 크레인이 틀어야 하는데 창고동 벽을 치겠는 거라.

다시 실린 컨테이너를 조절하고 또 하고.

이제 각관으로 경사지에다 뼈대를 짠 위로 올리는 일만 남았는데,

지난번에 곁의 컨테이너를 옮겨 올릴 때는 6W 굴착기로 한 시간이나 걸렸기에

애를 퍽 먹겠구나 싶더니(그게 딱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웬걸, 기사가 내려서 리모콘으로 싹싹! 

우린 살짝 컨테이너 벽체를 잡고 있으면 되었던.

마침내 구두목골 작업실에 필요했던 컨테이너 둘은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로 또 다른 공간을 남기고.

6평짜리 두 동에 가운데도 그만한 공간이 생겼으니

지붕 얹고 벽 세우면 18평도 넘는 집이 생기는 셈.

퍽 힘을 쏟은 컨테이너 이동이었던 바

벌써 작업실 현장 일을 다 끝냈는 듯 싶은.

하지만 아직 길은 머나니...

(1시간 안이면 비용도 낮은 가격으로 해주겠다 했지만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간.

어려운 작업 과정에 기본 요금만 청구한 크레인이었다. 고마웠다.

더 달라해도 군소리 없이 내겠는 작업이었던 거라.)

 

오전 학교 운동장 풀 베고,

대파를 심다.

바닥덮기, 흔히 멀칭이라고들 하는, 검은 비닐을 덮고 거기 구멍 뚫어 심은.

씨를 뿌려 모종을 낸 걸 현철샘이 실어오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달골 햇발동 앞 데크에서 먹는 저녁.

뻐꾸기가 잠잠해졌을 때,

아직 소쩍새 울기 전,

그 사이 고요가 저녁과 함께 내릴 녘

화로에 불을 피웠다.

어제 남겨둔 고등어 한 마리를 굽다.

두견새 울고

호랑지빠귀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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