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에서 아침을 맞는다.

아고라 돌틈 사이 풀을 뽑고,

들머리 계단의 꽃잔디 사이 풀을 가려내고,

옴자에 들어 풀들 사이 꽃자리 내보이기.

꽃이 드러나도록 둘레들 풀을 뽑았다는.

 

구두목골 작업실현장에서는 낡은 컨테이너의 구겨진 곳을 펴며 수리를 하고

드디어 밑 쪽은 페인트도 칠하다.

마침 일이 될라고 국방색이라고들 하는 페인트가 오데서 또 들어왔더랬네.

고를 것도 없었지만, 색이 아주 맞춤하였다는.

 

빈들모임을 열다.

인근 도시에서 미진샘과 성숙샘이 지역 명물 빵과 과일을 사들고 들어서다.

미진샘은 아이들로 십년이 넘어되게 이어진 연.

그 연으로 성숙샘도 오시게 된.

두 분은 기차를 타고 오가며 석사과정을 함께한 대학원 동기였다.

다 교육 쪽에서 일하니 나눌 말들이 많을.

여느 빈들이라면 굳이 물꼬 한 바퀴에서 달골을 넣지 않는.

이튿날 아침 해건지기에서 걸으면서 아침뜨락을 소개하니까.

오늘은 첫걸음 한 이들을 위해 달골을 한 바퀴 서둘러 돌고 내려왔던.

바툰 걸음이었다.

더 나은 교사의 길을 찾으면서

화려하고 번듯한 곳 많을 것이나

굳이 이 깊은 변방으로 찾아 나선 그 걸음, 그 성심에 박수!

 

저녁버스에서 휘령샘이 내렸다.

휘령샘이 왔다그것은 문장 이상이었네.

근래 물꼬 십년 넘어된 시간은 그가 온몸으로 물꼬를 살아준 시간.

지난겨울 계자 일정부터는 계자 교장도 맡고 있는 그이다.

여름 계자를 위해서도 논의가 필요했던 차,

그래서 우리끼리 빈들모임을 하자 도모했던 참이라.

어쩌면 아직 쓰고 있지 못한 올해 낼 책 원고의 첫 문장을 그리 쓸지도 모르겠다; 휘령샘이 왔다.

갈피를 못 잡던 글쓰기에 시작의 마음을 던져주기도 했더라는.

 

약품정리.

양호실(이라고 하지만 교무실 들어서자마다 오른편의 약상자 올려진 상)에서

버릴 것, 다시 쓸 것을 살피고,

그것은 무엇이 우리에게 있고 그래서 없는 게 무엇이어 그것을 사야한다는 정리.

연어의 날 준비이자 여름 계자 준비이기도 할.

손 하나 그리 덜어놓고.

 

저녁밥은 달골에서.

빈들모임에서 없던 일이다. 화로에 불 피우고 달골 데크에서 고기를 굽다니!

마침 구두목골 작업실 현장이 돌아가고도 있어서 

온 식구들 모두 달골에 있었던 거라.

5월 저녁 내리는 어둠은 부드러웠고,

낮 새 쉬던 골짝은 밤 새들 울었다. 소쩍새부터.

우리는 만찬을 즐기며

물꼬를 지켜왔던 주요 인물들 기표샘이며 희중샘이며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기도.

 

, 멧골을 걸었다.

계곡에 반딧불이들이 불꽃놀이처럼 날았다.

어둠과 물소리와 벌레소리가 채운 골짜기로

별들이 띄엄띄엄 기웃거렸다.

소리를 한껏 해보는 밤,

졸음에 겨워도 하며 아름다운 한 철 밤이 건너가고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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