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 가벼이 지났다.

햇발동에서 수행하고 아침뜨락에 들다.

샤스타데이지가 한창이다.

날마다 새로 태어나 한 생을 산다.

태어날 때 평화가 둘러준다면 이 또한 얼마나 복인가.

고즈넉했고, 마음 잔잔했으며, 천천히 몸을 풀어 한 생을 살 준비를 하였더라.

(불자인 학교아저씨는 석탄일 법회에 다녀왔고,

현철샘은 구두목골 작업실의 컨테이너를 손보고 있었다.)

 

아침밥도 달골에서 먹었다.

빈들모임에서 드문 일이다.

엊저녁에는 화로에 불 피우고 고기도 굽고 생선도 구웠던.

두부와 견과류와 바나나와 구운 빵과 잼과 우유와...

무겁지 않으나 실한 밥상이었다.

산속에서 먹는 아침밥이라.

 

찻자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지났고,

이번 빈들 예술활동은 뭘 할까?

몇 가지를 내놓았고, 소리를 배우는 걸로 의견을 모으다.

국악동요를 하나 익혔네.

겨울계자 주제곡으로 삼을까 하는.

지난겨울부터 계자 교장을 맡은 휘령샘이다.

십년을 넘게 물꼬에서 훈련받았고,

제도학교에서도 특수학급에 근무하는 그라.

한 사람의 큰 성장을 보았고, 그것을 아이들과 나누고 펼치는 날들을 지지하고 지원한다.

 

일수행으로는 교무실곳간 정리를 잡았다.

계자마다 샘들이 들어와 하는 일이지만

정작 절반에서 번번이 그치는, 혹은 그보다도 손이 못가는 일이었다.

다하지도 못하거니와 다할 생각도 않았다.

가장 손이 못간 곳을 들추기로.

맨 구석 칸의 먼지 털기, 거기 있는 물건들 세상 보이기.

확인하고, 때로 버리고, 털고 닦고, 새로 자리 찾아주기.

우리는 20년을 넘게 쓰지 않았던 상자를 열어보게도 되었더라.

6연어의 날에서

쓰임찾기’(무료나눔; 다른 이가 잘 쓸 수 있겠는 것들 나누기)에 내놓을 것들도 여럿이었네.

11시가 넘고 있었다.

종일 했다,고 하지만

늦은 오전부터 시작해 넉넉한 낮밥 시간 이후에 하고

저녁 먹고 실타래’(집중상담이자 집단상담 혹은 좌담)한 뒤 이어갔으니

다섯 시간쯤 했나 보다.

지난여름 우리끼리 계자에서 윤지샘과 지윤샘이 했던 옷방정리,

어쩌면 그게 또 좋은 시작이 되어

우리는 물꼬의 한 공간을, 한 역사를 그리 개켰다.

물꼬의 한 시절을 우리 그리 또 보내었나니!

 

, 저녁밥으로 물꼬 월남쌈을 먹었다.

멤버가 돼야지!”라고 하지만 서넛만 모여도 여름날 잘 먹는 음식.

처음 먹어보는 이도 있었다.

저녁에 달골서 혼자 라면 끓여 드시는 거 아냐?”

늦게야 햇발동으로 들어서는데,

한참 먼저 왔던 그가 정말 그랬던. 라면 냄새가 우리를 맞았으니까.

월남쌈은 콩나물국밥, 잔치국수, 시래기국밥,... 그처럼 물꼬 밥의 대표주자 하나.

그야말로 대처 나간 식구들도 모두 부모집에 모여 오랜만에 밥상 앞에 앉은 듯한 저녁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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