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내리는 비였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자리를 걷자마자 일 하나 잡았다.

햇발동 방마다 옷걸이 자리 잡아주기.

여러해 전 세 종류의 벽 옷걸이를 진영샘이 무려 50개나 실어주었더랬다.

퍽 예뻤던 그것들은 그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다.

언제 벽에 박나 다른 일에 밀리더니

이번 빈들에 그예 했다.

연어의 날준비 하나 한 셈.

 

해건지기를 하고,

어제처럼 오늘도 아침밥상을 달골에서 차렸다.

비 내리는 멧골 창밖을 보면서

몸풀기 때처럼 찬찬히 정성스레 먹는 아침이었다.

또 한 생을 살겠다.

달골 계곡에서 딸기를 따먹었고(못 따먹고 계절을 지나는 열매들을 그리 먹어 기뻤던),

가마솥방에서 차를 달이고,

마음결을 다듬고,

갈무리모임에 이어 낮밥.

버스가 떠났다.

휘령샘이 왔다’,

올해 내는 책인 물꼬 교육 이야기의 원고를 손도 못대고 있었는데,

그 문장이 첫 문장처럼 글을 시작할 수 있게 하였더라.

그러려고 그대 오셨던가.

 

 

오후에는 가마솥방 과 여자방 바닥에 시트지를 붙였다.

아침에도 그랬듯 비 내리니까 안의 일들을 챙긴.

곳간을 정리해서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거기서 적당한 시트지가 나왔던.

이곳의 일들은 그리 꼬리를 이으며 아귀를 잘도 맞춰가나니.

가마솥방 장판이 의자에 자꾸 걸렸더랬다.

장판이 겹쳐진 부분을 닦고 시트지를 붙이고 머리 건조기로 열을 쬐 더 밀착케 했다.

하는 결에 여자방까지 하게 되었던.

지난해 연어의 날만 해도 여럿이 붙어

일어난 면 천(황토바닥 위에 붙인)을 종이테이프로 붙였더랬다.

계자를 준비하며 샘들이 늘 해온 일이기도.

오늘 그 일에 종지부를 찍겠다.

누구는 청소기로 황토먼지를 털고,

누구는 시트지를 자르고, 누구는 붙이고, 누구는 드라이어로 더 견고하게 굳히고.

끝냈다.

수진샘지난번에 애잡수셨지요?”

지난해 연어의 날에 그 큰 키로 몸을 말고 종이테이프를 붙였던 수진샘한테 전하고 싶었네. 

두어 곳 더 했으면 싶지만

시트지가 없었고,

그쯤은 종이테이프로 해결해주련다.


잘 도착했다는 휘령샘 문자에 시트지 소식을 전하였더니,

'곳간은 다 가지고 있었네요. 찾아주지 못했을 뿐! ㅎㅎ

이리도 간단히 해결되다니(...)'

답문자가 그리 왔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34 2009. 2.14.흙날. 구름 옥영경 2009-03-06 1054
1833 2009. 2.13.쇠날. 봄비, 그리고 드센 바람 옥영경 2009-03-06 1106
1832 2009. 2.12.나무날. 심한 바람, 흐린 하늘이 간간이 열리고 해 옥영경 2009-02-24 1115
1831 2009. 2.1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2-24 1054
1830 2009. 2.10.불날. 흐리고 바람 많은 옥영경 2009-02-24 1094
1829 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옥영경 2009-02-24 1253
1828 2009. 2.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24 1085
1827 유설샘 미루샘의 혼례 주례사 file 옥영경 2009-03-07 1239
1826 2009. 2. 7.흙날. 흐림 옥영경 2009-02-13 1340
1825 2009. 2. 6.쇠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86
1824 2009. 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99
1823 2009. 2. 4.물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20
1822 2009. 2. 3.불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56
1821 2009. 2. 2.달날. 흐물럭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9-02-13 1073
1820 2009. 2. 1.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202
1819 2009. 1.31.흙날. 맑음 옥영경 2009-02-06 1278
1818 2009. 1.30.쇠날. 비 옥영경 2009-02-06 1189
1817 2008. 1.28.물날. 맑음 물꼬 2009-03-06 1005
1816 2009. 1.29.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9-02-06 1287
1815 2009. 1.27.불날. 맑음 옥영경 2009-02-06 1263
XE Login

OpenID Login